"몰락 도미노 더 있다" 공포의 세계금융

입력 2008-09-18 08:56:21

미국 대형 금융회사들의 잇따른 몰락으로 발생된 '미국발 금융 위기'가 미국 정부의 AIG 지원 결정이 나오면서 한고비를 넘는가 싶었지만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증시가 17일 또다시 폭락, 공포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를 예견하기 어려운 '금융 파생상품'의 특성 탓에 또다른 금융회사들의 도산이 잇따를 것이란 전망이 많아 금융 대공황이라는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진정되지 않는 국제 금융시장

금융 대공황의 진원지인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17일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449.36포인트(4.06%)나 급락한 10,609.66을 기록하면서 지난 2005년 11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유럽 증시도 몹시 흔들거렸다. 영국 FTSE100 지수는 전날보다 2.25% 하락한 4912.4로 장을 마쳤다. 역시 지난 2005년 6월 이후 처음으로 5000선 밑으로 내려갔다.

돈이 말라가면서 리보금리(런던 은행간 금리)는 9년만에 최대폭으로 뛰었다. 이날 3개월짜리 리보는 0.19%포인트 오른 3.06%를 기록, 1999년 9월29일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금과 은 값이 폭등했다.

이날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금값은 전날보다 온스당 무려 70달러(9%)나 급등한 850.50달러에 거래를 마쳐 1980년 이후 최대 폭으로 올랐고 12월 인도분 은 가격도 온스당 11%나 급등한 11.68달러를 나타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리먼브러더스가 무너진 이후 '그 다음은 누구냐'라는 공포가 시장을 사로잡고 있다. 리먼브러더스의 예를 볼 때 '잇따라 무너진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돈을 풀어 주식을 사는 등의 '정상적 금융 행위'를 하기 힘들어졌다.

16일 3/4분기 실적을 발표한 미 1, 2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1년전보다 실적이 악화되기는 했지만 상당한 순이익을 거두며 나름대로 좋은 실적을 나타냈다. 하지만 주가는 거꾸로였다.

3분기 순이익이 8억4천50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70% 줄어든 골드만삭스의 주가는 이날 14% 하락했다. 1년전보다 3% 감소한 14억3천만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한 모건스탠리 주가도 24% 급락했다.

이들 회사의 주가 급락은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도 못 믿는다"는 시장의 강한 불신을 반영해주고 있다.

채권발행자의 부도 위험 정도를 반영하는 신용 디폴트 스왑(CDS) 스프레드도 모건스탠리가 680bp(basis point)에서 800bp 이상으로 높아졌고 골드만삭스는 420bp에서 500bp로 확대됐다. 씨티그룹도 40bp가 급등한 310bp를 기록했고 JP모건체이스는 205bp로 20bp 올랐다. 유명 금융회사들에 대한 신뢰가 형편없는 수준으로까지 떨어진 것이다.

◆타격 장기화할듯

미국 금융회사들의 신용위기를 몰고 온 주범은 '모기지 부실', 즉 집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후 세계 주요 금융기관들의 모기지 관련 손실과 자산상각 규모는 거의 5천16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즉, 지난 10년간 거품 수준으로까지 올라온 주택가격의 폭락으로 이번 위기가 비롯됐는데 결국 주택시장이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 한 금융위기도 조기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7일 발표된 지난달 미국의 신규주택건설 착공실적은 6.2%나 하락하면서 17년만의 최저치를 기록, 주택경기 침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미국의 주택경기 하강이 몰고온 금융위기는 '소비의 나라' 미국 경제를 나락으로 내몰면서 전세계 경제의 동반침체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금융 위기가 실물 경기의 위축으로 본격 전이가 시작된 것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 "금융 쪽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고 실물 쪽은 (위기가) 이제 막 시작이 됐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세계 각 언론들은 내년 이후에나 이같은 위기가 해소될 것이라는 논평을 쏟아내고 있다.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려운 국면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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