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엄마' 전성시대다. "아직 말도 못 알아듣고 글도 읽을 줄도 모르는 아기들에게 웬 책이냐고?" 그렇지 않다. 아기들도 책을 좋아한다. 아기들은 책에서 시각적 즐거움을 느끼고 부모가 읽어 주는 소리의 다양함을 즐긴다. 책과 책읽기야말로 다른 어떤 매체나 경험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최고의 성장 도구이다.
책 읽는 엄마들
"요즘 엄마들에게 책 읽어주기는 하나의 트렌드 같아요. 엄마들은 아기가 태어난 바로 그 순간부터 책을 읽어주죠. 그렇다고 남들이 하니까 무작정 따라하는 건 아니에요. 0~3세 때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이때부터 책을 통해 바른 마음을 키워가길 바라는 것이죠"
대구 주요 서점가의 어린이 코너 베스트셀러는 단연 0~3세 영·유아를 위한 그림책이다. 언제부턴가 내 아기에게 읽어 줄 책을 고르는 젊은 엄마들이 서점가를 점령하기 시작했고, 이른바 '흑백초점책'은 아기들에게 처음 읽히는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교보문고 3층 어린이 코너에서 만난 주부 황미영(30)씨는 "갓 태어난 아기들은 사물의 형태를 밝고 어두운 명암으로 구분하는데, 이 시기에 흑백초점책을 펼쳐 두면 시각 발달에 효과적"이라며 "서점마다 초점책뿐만 아니라 그림이 툭 튀어나오는 팝업책이나, 소리나 촉감을 느낄 수 있는 동화책 등 아기에게 읽어 줄 신간들을 꼼꼼히 살피는 또래 엄마들이 부지기수"라고 했다.
책 읽는 젊은 엄마들로 북적이는 곳이 서점가만은 아니다. 대구 중앙도서관 어린이열람실 내 '북스타트'룸에서도 10쌍 남짓한 0~2세의 아기들과 엄마들이 책 읽기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동화구연 전문 강사가 선택한 오늘의 도서는 그림책 '구름빵'.'비 오는 날 아침, 나뭇가지에 걸린 구름을 발견한 고양이 형제는 구름을 엄마에게 갖다줍니다. 엄마는 구름에 우유와 물을 붓고 반죽한 다음 오븐에 넣고 굽지요. 그렇게 구름빵 완성! 구름빵을 먹고 하늘로 둥실 날아오른 형제는 회사에 출근하느라 아침을 먹지 못한 아빠에게 날아가 구름빵을 전해 줍니다. 그러자 아빠도 복잡한 버스에서 떠올라 하늘을 훨훨 날아 회사에 무사히 도착합니다. ' 2005년 볼로냐 국제도서전 픽션 부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상을 차지한 구름빵은 짧은 내용이지만 가족의 사랑과 푸근함을 듬뿍 담고 있는 수작. 좋은 내용에 전문 강사의 동화구연 실력까지 더해져 책 읽는 즐거움이 두배로 커진다. 귀를 쫑긋 세운 아기들은 하늘을 나는 상상의 세계에 빠져들고, 엄마들은 강사와 아기의 몸짓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집중력을 놓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가면 이곳에서 배운 동화구연법을 떠올리며 내 아기에게 다시 책을 읽어 주기 위해서다. 생후 7개월 된 아들과 함께 중앙도서관 북스타트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김경희(43)씨는 "일곱살 큰 애에게도 어릴 때부터 책을 읽어줬다"며 "어릴 때부터 책을 읽어주면 굳이 권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독서 습관이 몸에 익는 것 같다"고 했다.
왜 북스타트(Book start)인가
따뜻한 가슴을 지닌 아이, 남과 잘 소통하고 협력할 줄 아는 아이…, 부모라면 누구나 꿈꾸는 내 아이의 미래 모습이다. 책과 함께 인생을 시작한다는 의미의'북스타트(Book start)' 운동은 우리 아기들을 이런 바른 인간으로 키울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수단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이런 북스타트 운동은 영국에서 시작됐다. 1992년 영국의 전직 여교사이자 도서관 사서였던 웬디 쿨링이 태어난 뒤 첫 건강진단을 받으러 보건소에 오는 아기들에게 그림책이 든 가방을 무료로 선물했던 것.
처음 300명으로 시작한 영국의 북스타트 운동은 10년 뒤인 2002년에는 65만명의 신생아들에게 확산될 만큼 대중적 사업으로 자리 잡았고, 이웃 일본을 거쳐 2003년 국내에 첫 도입된 뒤, 대구에서는 지난해부터 10개 공공도서관에서 본격 시행되고 있다. 주해숙 대구 중앙도서관 어린이열람실 담당은 "공공도서관마다 북스타트 책꾸러미를 무료로 나눠주고 상반기 2차례, 하반기 2차례씩 무료 북스타트 프로그램까지 열고 있다"며 "책 읽어주기뿐만 아니라 오감 놀이나 베이비맛사지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함께 곁들여 엄마와 아기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북스타트의 효과는 놀랍다. 영국 연구 결과 북스타트에 참여한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집중력, 읽기, 수리 등 지적 능력에서 우수한 능력을 보이고, 정서적으로도 안정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 북스타트는 부모와의 소통과 교감을 통해 아기의 심성 안에 내재된 인간적 능력을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이준석 이어 전광훈까지…쪼개지는 보수 "일대일 구도 만들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