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어린이 영어 공부 재밌게 하려면…

입력 2008-09-16 06:00:00

▲ 영어를 잘하기 위해선 어릴 때부터 영어와 친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신나는 음악을 통해 영어를 공부하고, 영어동화책을 읽으며 영어표현과 문화를 익히고 있다.
▲ 영어를 잘하기 위해선 어릴 때부터 영어와 친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신나는 음악을 통해 영어를 공부하고, 영어동화책을 읽으며 영어표현과 문화를 익히고 있다.

'영어' 하면 우리 뇌리 속에 박혀있는 장면이 있다. 문법책과 단어장을 보면서 열심히 외우고 회화 테이프를 들으면서 따라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는 영어를 단순히 시험을 위한 공부 대상으로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영어를 어릴 때부터 친숙하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영어를 어떻게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을까.

◆음악을 통해 친해지기

널찍한 방 안에 10여쌍의 어머니와 아이들이 둥그렇게 모여있다. 귓가를 두드리는 영어 음악 소리에 아이들이 소리친다. "원, 투, 쓰리"라는 구호와 함께 서로 영어로 노래를 부르며 손뼉을 친다. 그러더니 모두들 스틱으로 방바닥을 두드리기도 하고 '에그셰이커'(흔들면 소리 나는 달걀모양 악기)를 흔들며 노래를 따라부른다.

이곳은 1년 반 전에 문을 연 '헬로, 뮤직 투게더'라는 학원. 원래는 아이들에게 음악을 재미있게 가르치기 위한 목적이었으나 노래와 진행이 모두 영어로 이뤄지다 보니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려는 어머니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이수성 원장은 미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면서 많은 외국 아이들이 '뮤직 투게더'란 음악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것을 보고 국내에 도입했다. 45분 수업 시간 동안 이 원장뿐 아니라 모든 참가자들은 마치 뮤지컬을 공연하듯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도 하며 각종 타악기를 이용해 영어와 음악을 '놀이'로 즐긴다.

3세 된 아들과 같이 온 김민주(36·여·대구 수성구 범어3동)씨는 "예전엔 아이가 집에서 막무가내로 놀았는데 수업에 참가한 뒤엔 집에서 수업시간에 배운 동작을 따라하거나 율동을 하더라"며 "영어로 노래를 부르니까 아이의 발음도 정확하고 몸짓을 통해 영어의 뜻도 자연스레 파악하게 됐다"고 좋아했다.

◆책과 익숙해지기

"영어로만 된 어린이책을 직접 고르고 마음껏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영어책 가정 방문 대여를 하던 리딩플래닛 강희상 칠곡지점장은 이런 어머니들의 요구가 많자, 2개월 전에 영어도서관을 열었다. 120㎡ 규모의 공간은 아기자기하게 정리된 책장들과 어학 청취공간, 시청각실 등으로 꾸며져 있다.

이곳은 전시용 책 2천권과 가정방문 도서 2천권 등 모두 4천여권의 영어책들이 구비돼 있다. 그림과 창작 등 동화책들과 수학이나 과학, 소설뿐 아니라 책과 연계된 DVD 등 종류도 다양하다. 처음 오면 간단한 테스트를 한다. 아이의 영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는 것. 그런 뒤 수준에 맞게 동화책이나 다른 책들을 권장하고 있다. 강 지점장은 "집 가까이서 책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영어와 친숙해지고 이곳을 찾는 어머니들끼리 영어에 대한 대화도 나눌 수 있다"고 했다. 방문객이 많을 땐 도서관 가운데 마련된 공간에서 스토리텔링도 하고 있다.

또 동화책과 관련된 수업도 매주 1차례 진행하고 있다. 책에 담긴 내용을 주제로 게임도 하고 도구를 이용해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 조미향(36·여·북구 구암동)씨는 "집이 가까워 언제든지 편한 시간에 아이 손을 잡고 찾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원어민 친구 사귀기

"영어를 그냥 공부하면 재미가 없어요. 미국에서 오랫동안 영어공부를 하면서 느낀 점이 있죠. 아이들에게 다양한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유익하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원어민 친구들까지 같이 한다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죠." 스터디뱅크 이혜경 원장은 이런 생각에 지난 8월 중순 '원어민 친구 사귀기'란 이벤트를 열었다. 미군 부대 군무원들의 자녀 10여명을 초청해 학원에 다니는 초등학생들과 만남을 주선한 것.

단순히 만나게만 하면 서로 말하거나 친해지기 힘들기 때문에 여러가지 상황을 만들어 자연스레 대화하도록 유도했다. 물건을 사고 파는 행위나 서점에서 책 사는 행위, 소풍을 가는 행위 등의 '미션'을 주었던 것. 이를 위해 미리 상황에 맞는 대화법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줬다.

이 원장은 "영어를 공부의 개념보다 서로의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면 그것이 결국 영어와 친숙해지는 계기가 된다"고 했다. 앞으로 2개월에 한 번씩 친구 사귀기 이벤트를 열 예정이다. 자주 만나 친해지면 개인적으로 만남도 가질 수 있고 영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윤정현 인턴기자

▨ 이렇게 해보세요

가정에서 영어와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부모와 자녀가 함께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자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파악한다. 만화 속 특정 캐릭터를 좋아한다면 그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나 DVD 등을 보여주는 한편 관련 책도 사준다.

▷자녀를 데리고 서점을 찾아 자녀가 좋아하는 책을 사준 뒤 반복적으로 읽어주거나 읽게 한다.

▷주제를 정기적으로 정해 거기에 맞는 책과 음악 등을 접하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이와 영어로 이야기하면서 계속 되묻는 훈련을 시켜 아이가 표현과 상황 등을 생각하게끔 한다.

▷미취학 아동의 경우엔 영어 책 가운데 중심 단어를 찾아 책 속의 상황을 연출할 수 있게끔 카드나 색종이를 만든다. 그런 뒤 자녀와 40분 정도 상황을 진행하면서 놀아준다.

▷자녀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땐 가면이나 도구를 이용해 책 속에 나오는 역할을 어머니와 자녀가 각각 맡아 해보는 것도 좋다.

▷자녀가 영어 단어를 잘 모를 땐 곧바로 의미를 가르쳐주기보단 몸짓이나 부연 설명을 해서 자녀가 스스로 파악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창훈기자

도움말·이수성 헬로 뮤직 투게더 원장, 강희상 리딩플래닛 칠곡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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