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선물

입력 2008-09-12 10:40:34

일상에서 기쁨을 안겨주는 것 중 하나가 선물 받는 것 아닐까. 특히 보기에 따라선 별것 아닌 것이라도 주는 이의 마음이 스며든 선물은 받는 이에게 소소한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이를테면 예쁜 리본으로 묶은 양파 초절임병이나 직접 구운 과자가 담긴 작은 바구니, 들꽃을 눌러 만든 압화 액자 같은 것들은 의외의 신선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하지만 이런 선물들은 막역한 친구 사이에서나 가능하다. 선물에 대한 우리네 시각이 철저히 금전적 가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탓이다. 선물을 주고받을 땐 명품 또는 적어도 대중적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메스티지(준명품) 정도는 돼야 한다는 관념이 팽배해 있다. 어중간한 것은 자칫 주고도 욕먹게 된다고 여긴다.

한'일 양국 아이들이 일본에서 며칠간을 함께하는 친선 교류 프로그램이 있었다. 행사가 끝나 헤어지는 날이 왔다. 공항 가는 버스 안에서 어린이들이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 시간을 갖게 됐다. 일본 아이들은 며칠 전부터 준비한 선물을 친구에게 주었다. 아이들이 직접 종이 위에 그리고 붙이며 만든 것으로 서툴게 쓴 글씨들도 들어 있었다. 그런데 한국 아이들이 그들에게 준 것은 하나같이 백화점 등지에서 산 유명 브랜드 상품이었다 한다.

그 모습을 지켜본 교사들은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게다가 일부 한국 아이들은 무심하게도 그것들을 차에 버려두고 내려 버렸다. 아마 아이들은 부모들이 그러했듯 백화점 등지에서 산 것이라야만 선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자기가 준 선물이 버림받은 것을 알게 된 일본 아이들은 눈물을 흘리며 슬퍼했다 한다.

추석이 내일모레다. 아무리 불황이라지만 크고 작은 길들은 오가는 택배 차량들로 마치 '선물 로드'로 바뀐 듯하다. 이번에도 많은 사람들이 선물 문제로 고민깨나 했을 것이다. 어떤 것을 해야만 체면을 세울 수 있을까 하면서….

무릇 선물이란 가까운 이에게나 고마운 사람에게 정다움과 호의를 전하는 아름다운 의식의 의미를 지닌다. 이것이 고민거리가 된다거나 자칫 오해 또는 갈등의 씨앗이 된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작고 소박한 것으로라도 얼마든지 상대방에게 자신의 정성을 전할 수 있는 법이다. 받는 사람 역시 브랜드나 가격보다 거기 깃든 진솔한 情(정)을 먼저 느낄 수 있는, 그런 사회 분위기가 아쉽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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