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보행자 우선 당연" vs 상인 "생존권 위협"
대구시가 대중교통전용지구(대구역~반월당네거리)내 중앙네거리에 사방으로 횡단보도 설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본지 9월 5일자 1면) 시민·시민단체와 지하상가 상인들간에 찬반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팽팽한 찬반 입장=시민단체 등은 "대구시의 교통정책이 보행자 우선으로 선회한 것을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하상가 상인들은 한일극장앞 횡단보도 설치에 이어 중앙네거리 횡단보도 설치 이야기까지 나오자 "생존권의 문제다. 무력으로라도 횡단보도를 막겠다"는 강경 대응입장을 밝혔다.
기자가 5일 오후 4시쯤 중앙네거리 밑 대현프리몰 광장에서 만난 시민 이기준(33)씨는 "시민들의 보행권리는 최소한의 기본권으로 횡단보도는 예전부터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현프리몰 한 상인은 "중앙네거리 횡단보도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도 듣지 못했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상인들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단체는 자동차 중심에서 보행권 우선 정책으로 선회한 대구시의 정책선회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정제영 총무는 "대중교통전용지구는 그야말로 사람이 모이는 대구 도심의 명물거리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이왕 할 바에야 중앙네거리 횡단보도를 대각선 방향 보행도 가능하게 하거나 네거리 전체를 횡단보도로 만들어 신선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구장애인연맹(DPI) 서준호 사무국장은 "대구시가 교통약자를 배려하기 시작했으며 앞으로도 일관성 있게 보행권 우선 정책을 내놓아 달라"며 "도심으로의 승용차 이용을 억제하고 특히 대중교통전용지구에는 자동차 접근이 어렵게 만들어 걷고 싶은 거리, 찾아오고 싶은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구시의 대응은?=하지만 이곳 대형프리몰 지하상가 상인들의 극심한 반발이 예상되면서 대구시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인들은 10월 1일부터 약 3개월간 대구시청 앞에 집회신고를 내고 한일극장, 중앙네거리 횡단보도 설치를 적극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일극장 횡단보도 설치는 지난 3월부터 '설치 검토'→ '없던 일'→'재설치 검토 '등으로 오락가락하면서 상인과 시민단체 양쪽으로부터 비난을 받은 끝에 김범일 대구시장이 최근 횡단보도 설치를 약속한 상태다.
대현프리몰 대구점 한 관계자는 "대구시가 상인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횡단보도 설치를 검토하고 있는 데 대해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지하상가 상인들로 구성된 횡단보도설치반대대책위원회는 "대구시, 경찰, 상인, 시민단체가 모여 횡단보도 설치 타당성에 대해 함께 검토하고 의견을 교환하고 조율해야 하지만 그런 절차를 모조리 무시하고 있다"며 "몸을 던져서라도 횡단보도를 막고 투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구시 관계자는 "아직은 검토단계일 뿐, 상인 시민단체 등과 대화를 계속해 나가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안재홍 사무국장 "시민 모여드는 곳으로"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안재홍(35) 사무국장은 중앙네거리 횡단보도 설치에 대해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사무국장은 "대중교통전용지구 사업의 취지는 도심을 향하는 승용차를 억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하면서 시민들이 편하게 걷고 쇼핑할 수 있는 대구만의 이색적인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중교통전용지구의 가운데 있는 중앙네거리 횡단보도는 대각선 횡단도 가능하게 만들거나 네거리 전체를 횡단보도로 그은 뒤 독특한 모양의 신호등을 설치해 교통디자인의 혁신도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대구의 상징적 공간이기도 하면서 세계의 누가 보아도 보행권 보장의 대표 공간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시의 교통정책에 대해 "반짝하는 보행권 우선 정책에 그치지 말고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시민의 발 우선 정책을 내놓아 달라"며 "일시적 반발은 있을 수 있지만 가슴에 와닿는 정책을 내놓고 꾸준히 설득해 나간다면 많은 시민들이 환영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 "어떤 통고절차도 없었다" 대현프리몰 반대대책위 이동열 위원장
"상인들에게 점포를 팔고 이제와서 횡단보도를 긋겠다는 것은 지하상가 상인들의 입장을 완전히 무시한 행동입니다. 상인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 너무 절박합니다."
대현프리몰 지하상가 상인들로 구성된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반대 대책위원회' 위원장 이동열(55)씨는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 문제는 대구시·경찰·상인·시민단체 등이 몇차례 모여 찬반 논리를 펼쳤고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할 기회를 줬다"며 "하지만 중앙네거리 횡단보도는 어떤 통고 절차도 없이 불거져 나왔기 때문에 너무 불쾌하다"고 토로했다.
이 위원장은 "경기침체에다 동성로에 각종 대형쇼핑몰 등이 들어서면서 대현프리몰 상권이 큰 위협을 받고 있는데 그 위로 횡단보도가 잇따라 들어서면 지하상권 전체가 몰락할 수밖에 없다"며 "시가 상가 허가를 내줄 때에는 횡단보도가 없다는 전제 아래 이뤄진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오는 10월초부터 대구시청 앞에서 지하상가 상인들이 연대해 집회와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고 우리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몸으로라도 막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서상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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