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위해 하는지…" 학부모 '명절 재량휴업' 스트레스

입력 2008-09-08 08:53:46

추석을 전후해 대구경북의 상당수 학교들이 재량휴업하는 것을 놓고 맞벌이 부부를 중심으로 학부모들의 불만이 높다.

8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대구의 422개 초·중·고 가운데 90.0%인 380개교가 추석 연휴(13~15일) 전날(12일)이나 다음날(16일)을 재량휴업일로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들은 추석연휴를 포함해 4일을 쉬게 된다.

경북 역시 988개교 가운데 51.7%인 511개교가 추석 전후로 휴업한다고 경북도교육청은 밝혔다. 특히 이 중 169개교(33.0%)는 12일과 16일을 연속으로 휴업일로 잡아 모두 5일을 쉬게 된다.

학교들은 이번 재량휴업일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추석을 맞아 학생들이 멀리 있는 친지들을 찾게 하는 '효도체험학습'을 활성화하고 가족간의 유대를 강화한다는 취지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에겐 이런 재량휴업일이 여간 걱정되는 일이 아니다. 휴업일에 맞춰 직장에 휴가내기도 쉽지 않는데다 마땅히 자녀를 맡길 곳도 없다. 초교 3학년생을 둔 김모(38·여·대구 서구 평리1동)씨는 "지난 5월에도 어린이날을 전후해 재량휴업일이란 명목으로 학교가 쉬었는데 뾰족한 방법이 없어 아이를 그냥 집에 방치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정모(40·여·대구 북구 침산동)씨도 "굳이 맞벌이 가정이 아니라도 학부모들은 자주 재량휴업일을 잡는 것에 대해 곱게 보지 않을 것"이라며 "누구를 위한 휴업인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 측이 교사,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재량휴업일을 남발하고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교육청은 이런 학부모들을 고려해 각 학교에 나홀로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토록 권장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라는 의견이다. 참교육학부모회 경북지부 관계자는 "지난 5월 재량휴업일 때도 학교에서 그런 프로그램에 참가했다는 학부모는 없었다"며 "어느 선생님이 휴일에 나와 나홀로 학생들을 지도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참교육학부모회 대구지부 김경련 사무국장은 "이 같은 현상이 매번 되풀이되고 있다"며 "쉬는 것이 무조건 능사가 아니라 여건이 다른 학생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이나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 학교장 재량휴업일=가족간의 체험학습 기회를 늘리고 여름방학을 줄이는 한편 학기 중에 휴업을 만들어 교통 혼잡 등을 분산한다는 취지로 학교별로 시행하고 있다. 연간 수업일수(220일) 중 10% 정도를 학교장 재량에 따라 시행할 수 있으나 올해부터 초·중·고 휴업을 맞추기 위해 어린이날이나 추석 등 특정 휴일에 1, 2일 정도 합쳐 이뤄지고 있다. 다른 말로 '학기 중 단기방학'이라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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