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기의 필름통] 아바(ABBA)의 마력

입력 2008-09-06 06:00:00

1979년 겨울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없어진 송죽극장에 영화 '아바가' 개봉됐다. 당시 아바의 노래는 대 선풍을 일으켰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아바의 노래 10곡쯤은 알고 있을 정도. 음악감상실에서도 아바의 노래제목 많이 알아맞히기 게임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야 비디오라는 것도 없고, 외국 가수들의 공연도 전무했던 시절이라 영화 '아바'는 흥미로운 아이템이었다. 아바를 인터뷰해야 하는 신문기자가 공연장을 따라다니다가, 우연하게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마침내 인터뷰를 성사시킨다는 것이 내용이었다. 영화의 대부분을 공연실황을 다큐멘터리처럼 그린 것이 고작이었다. 영화적인 완성도는 떨어졌지만, 아바의 공연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감동적이었다.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아바만큼 꾸준히 사랑받는 뮤지션도 드물 것이다. 비틀스를 잇는 역사적인 팝그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바는 1973년 결성된 스웨덴 출신 4인조 혼성그룹이다. 애니와 배니, 아그네사와 비요른의 이니셜을 따 ABBA로 지었다. 오늘날 스웨덴이 팝 시장에서 강국이 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고, 그룹이 해체된 지금도 스웨덴 팝이라고 하면 아바가 그 중심에 서 있다.

아바의 노래는 스웨덴을 넘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올 타임 리퀘스트곡'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경쾌한 '댄싱 퀸' '워털루' 'SOS', 애절한 'Knowing me knowing you', 슬픈 'The winner takes it all' 등 대표곡들은 지금까지 대중매체를 통해 자주 접할 수 있다.

1980년 8집을 내고 해체되면서 곧 사그라질 것 같던 인기는 영화나 뮤지컬로 재탄생하면서 불을 당겼다.

영화 '뮤리엘의 웨딩'은 아바를 좋아하는 못난 여주인공이 왕자 같은 남자와 결혼에 골인하게 되는 과정을 아바의 노래와 함께 경쾌하게 그린 영화다.

그래도 가장 큰 것은 뮤지컬일 것이다. '맘마미아'는 1999년 런던에서 첫 선을 보인 이 후 뮤지컬 역사상 가장 빠르게 전 세계로 퍼지는 기록을 세웠다. 국내에서도 2004년 초연 이후 2008년 5월까지 77만 명 관객에 500회 공연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왜 아바의 노래가 이처럼 인기를 끌까. 각각 부부였던 이들의 놀라운 화음과 가창력, 경쾌한 멜로디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지 않았을까.

그래도 가장 큰 것은 달콤함일 것이다. 화려하고, 우아하고, 발랄한 이미지다. 남자에게 차인 여자가 부르는 'The winner takes it all'도 조금의 원망이나 비탄 없이 현실을 긍정하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했고, 당신도 할 만큼 했지요. 더 이상 할 말도, 내놓을 에이스카드도 없어요. 이긴 자가 모든 것을 갖기 마련이죠. 그렇게 단순명료한 것을 난 왜 불평하는지.'

모든 일들이 다 잘 될 것 같은 아바의 판타지는 아픈 현실을 잊는 마취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것은 모든 뮤지컬이 칭송하는 것이다.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가 개봉했다. 아버지 없이 태어난 딸에게 세 명의 아버지가 나타나는, 현실에선 가슴 아플 수 있는 이야기가 밝고 경쾌하게 펼쳐진다. 아바의 마력이다.

김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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