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화의 음악 막들어보기] 록 들어보기③

입력 2008-09-01 06:00:00

▲ 국내에서 가장 구하기 힘든 음반 중 하나로 손꼽히는
▲ 국내에서 가장 구하기 힘든 음반 중 하나로 손꼽히는 '아이들'의 LP 자켓.

오스트리아 사람인 한스 포코라가 어떻게 자료를 모아 세계의 희귀 음반 3천장을 선별했는지 모르겠지만 'South Korea'라는 항목에 포함된 9장의 경우 좀 이견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가장 희귀한 것으로 평가된 것은 총 6개의 별표 중 4개가 달려있는 '아이들 1집'(71년)인데 아이들을 영어로 'Idol'이라고 적어 놓은 것이 재미있습니다. 제게는 아주 생소해서 이리 저리 찾아보았더니 기타리스트 최이철씨가 조직한 그룹이더군요. 요즘 세대들에게는 낯선 인물이지만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까지 최씨는 특히 대학 밴드에 몸담았던 사람들에게는 '기타귀신'이라고 불리던 신화적인 인물이었죠. 아마 대중들과 직접적으로 만나게 된 것은 '한동안 뜸했었지' '장미' '어머님의 자장가' '뭐라고 딱 꼬집어 얘기할 수 없어요' 등의 히트곡을 남긴 '사랑과 평화'였을텐데 그 때 최씨의 기타 플레이를 보고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별 3개짜리는 4장이 있는데 40, 50대에게는 추억의 이름인 '키 보이스'와 '키 브라더즈', 그리고 대학가요제 출신인 조하문씨의 '마그마',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가 실려있는 '산울림 2집' 등입니다.

또 글을 쓰기위해 준비하다 안 사실 중에 하나는 역시 70년대 그룹인 '히 파이브(He 5)'와 양미란이라는 가수가 함께 음반을 냈었다는 것입니다. 양씨는 '당신의 뜻이라면' '범띠 가시내' 등을 부른 추억의 가수인데 별표 2개가 달린 이 음반은 '양미란과 He 5의 소울 사운드'라는 제목을 갖고 있습니다. 음반을 보지 못해 잘 모르겠지만 아마 70년대에 유행하던 옴니버스 형태의 음반으로 같이 연주를 한 것이 아니고 각각의 곡을 한 음반에 묶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나머지 3장은 중앙대 출신 그룹사운드였던 '블루 드래곤(청룡)'과 남성 듀오 '유심초'의 옴니버스 음반과 '찻잔'으로 잘 알려진 트리오 '노고지리' 2집, 이수만씨가 결성했던 '이수만과 365일' 등입니다.

이들 음반 9장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한마디로 묶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 음악적 지향점이 사이키델릭 사운드, 혹은 개러지 록(Garage Rock;초창기 록앤롤과 비틀즈와 롤링스톤즈 등 영국 그룹에 영향을 받아 미국에서 탄생한 록의 한 형태로 사이키델릭 사운드와 거의 비슷해 혼용이 되기도 하는 록) 형태라는 것입니다. 다만 외국의 그 것과 차이점은 우리나라의 경우 대개 보컬과 연주가 50 대 50 정도인 외국에 비해 연주보다는 보컬에 더 중점을 두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국내의 경우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지향하는 연주와는 달리 보컬은 다소 소프트 록이나 록 발라드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는 확연한 차이점을 드러냅니다. 미국의 사이키-개러지 록은 대개가 울부짖는 듯한 보컬과 현란한 연주를 바탕으로 아마추어적인 풋풋한 감성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국내 록 신에서 본다면 개인적으로 '사랑과 평화'가 지향했던 펑키한 사이키델릭 록을 국내 록의 최고봉으로 손꼽고 싶은데 지금 생각해도 이상한 것은 70, 80년대 음악의 상궤에서 벗어나 있었던 그들의 노래가 어떻게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는지 하는 것입니다. ^^

정지화 편집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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