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경제학·부자데…' 세상을 바꾼 역발상

입력 2008-08-30 06:00:00

그림 거꾸로 본 칸딘스키 추상화

추상화는 칸딘스키가 자신의 그림을 거꾸로 본 데서 시작됐다고 한다. 늘 보던 방식과는 다르게 세상을 보는 것. 그것이 상상력의 시작이다. 수식과 그래프로 가득 찬 경제학에서 탈피해 독특하고 기발한 상상력으로 펼쳐낸 새로운 경제학의 세계를 보여준 스티븐 레빗도 마찬가지. 그는 지난 2005년 펴낸 '괴짜경제학(Freakonomics)'을 통해 기발하고 다소 생뚱맞은 경제학 관점을 보여준다. 하버드 경제학과를 최우수로 졸업하고 2003년 포춘지 선정 '40세 미만의 혁신가 10인'에 선정될 만큼 독창적인 인물. 그는 '시험성적을 속이는 선생님 적발하기, '마약 판매상이 부모와 함께 사는 이유' 등 기존 경제학 논문에서 보기 힘든 주제를 다뤘다. 게다가 1990년 미국 내 범죄율이 크게 떨어진 이유에 대해 낙태가 합법화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낙태 비용이 크게 떨어지면서, 원치 않는 임신으로 태어난 아이들, 즉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게 되면서 자연스레 범죄율이 떨어졌다는 것. 어느 누구도 시원스레 답하지 못했던 문제를 그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냈다.

지난 2003년 '역발상의 법칙'을 펴낸 스탠퍼드대 경영학과 로버트 서튼 교수는 '부자데(Vu ja de)'라는 이상한 표현을 끄집어 낸다. 흔히 알고 있는 '데자부'(De ja vu)'를 거꾸로 적은 것. 데자부는 '처음 접하지만 낯설지 않은 느낌'을 말하는데 비해 '부자데'는 '익숙한 것도 낯설게 느끼는 느낌'을 의미한다. 서튼 교수는 이런 '부자데'를 통해서 창의력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창의력은 오래된 아이디어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합해 새 아이디어로 만들어내는 힘이다. 그는 혁신적 기업이 될 수 있는 '역발상 12법칙'을 제시하며, 기업 코드에 적응 못하는 '고문관'을 고용하라고 제안했다. 멍청한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종류의 우둔함이나 고지식함을 가진 사람을 고용하라는 말. 제7법칙도 특히 눈길을 끈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상을 준다. 나태한 사람만 처벌한다.' 기존의 틀에서 안주하는 사람은 배척하라는 의미다. 우리는 어떤가? 잘하든 못하든 중간만 가면 된다고 배우고 있다.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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