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의 친절한 오페라] 오페라의 창조자, 무대미술

입력 2008-08-30 06:00:00

조지 거쉰의 오페라
조지 거쉰의 오페라 '포기와 베스'의 무대장치

여러분은 오페라를 본다고 말하는가, 아니면 듣는다고 말하는가? 오페라는 물론 듣기도 하고 보기도 하는 것이지만, 분명 본다고 얘기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마찬가지로 TV나 영화도 보기도 하고 듣기도 하는 장르지만, 흔히 TV나 영화를 본다고 말하지 듣는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물론 개중에는 화면은 쳐다보지도 않거나 아예 끄고 오디오만 듣는다면 그럴 때는 당연히 듣는다고 해야겠지만, 이런 것은 분명 특별한 경우일 것이다.

오페라 역시 CD나 LP 또는 라디오를 통해서 듣기만 하는 경우라면 굳이 오페라를 듣는다고 하겠지만, 실제로 오페라하우스에 가서 공연에 참석할 때는 본다는 말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점으로 볼 때 오페라 공연에서는 음악도 중요하지만 눈으로 보는 영역도 무척이나 중요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우리는 오페라의 듣는 측면만을 너무나 강조하면서 얘기하게 된다. 당연히 오페라라는 장르에서는 듣는 분야 다시 말하자면 음악이 가장 비중이 큰 분야임은 부정할 수 없다. 흔히 하는 말로 "음악이 오페라에서 전부는 아니지만, 최소한 오페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이다. 하지만 그 외의 분야 다시 말하자면 눈으로 보는 분야도 오페라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점인 것이다. 아마도 음악을 가장 사랑한 사람의 한명이며 인생을 음악에 헌신했던 대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오페라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종종 오페라에서 눈을 감고 듣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오페라에서 눈을 뜨고 감상하지 않는가?"라고 말하였다. 이것은 그가 오페라의 비주얼적인 요소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인데, 이것은 이미 40여년 전에 나온 말이다. 하지만 요즘에 다시 말하자면 21세기에 들어서 비로소 카라얀이 강조했던 오페라에서의 보는 것이 제대로 이루어져 가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세계 오페라하우스에서는 듣는 것과 보는 것의 균형을 무척이나 중요시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무대미술가의 위치는 오페라에서 점점 더 중요하다. 연출가가 시각적인 면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하지만, 아름답거나 의미 있고 상징적인 무대를 만들어내는 사람은 바로 무대미술가 또는 무대디자이너(stage designer)라고 부르는 사람이다.

그들은 대부분 미술을 전공한 사람들로서, 오페라하우스의 무대를 자신들의 캔버스처럼 이용하여 거대한 작품을 만들어 낸다. 역사적으로 마르크 샤갈이나 앙리 마티스 같은 대화가들도 오페라 무대미술의 의뢰를 즐겁게 받아들였던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오페라에서 무대 미술을 감상하는 것도 대단히 즐거운 일이다. 현대의 유명한 화가들 중에서 오페라를 멋지게 장식한 사람들은 매우 많다. 화가 데이비트 호크니가 '마술피리'나 '테레지아스의 유방' 등의 명 무대를 남겼으며, 시드니 놀런의 '삼손과 델릴라'도 유명하다. 최근에 리처드 허드슨의 '삼손과 델릴라', 카렐 아펠의 '마술피리', 로니 토렌의 '탄호이저' 등은 디자인만으로도 충격적인 아름다움을 주고 대성공을 거두었다.

사실 연출과 디자인의 경계는 모호하고 콘셉트가 함께 가기 때문에 어떤 연출가들이 직접 디자인을 하기도 한다. 즉 유명한 프랑코 제피렐리, 장 피에르 포넬 같은 연출가들은 디자인도 자신이 직접 작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반면 연출가가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경우는 디자이너가 함께 쌍을 이루어 작업한다. 연출가와 디자이너가 함께 작업하는 명콤비로는 하리 쿠퍼와 에리히 본더 콤비나 로버트 카슨과 마이클 레바인의 콤비 등이 유명하다.

오페라 평론가,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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