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보다 수백만년 먼저 태어난 형님 섬"
독도에서 첫발을 내딛는 곳은 동도 접안시설이다. 그곳 준공기념비에는 이런 글귀를 새겨놓았다. '대한민국 동쪽 땅끝, 휘몰아치는 파도를 거친 숨결로 잠재우고 우리는 한국인의 얼을 독도에 심었노라.'
독도에 처음이든 혹은 여러 차례든 발을 디디는 사람은 모두 이 글을 읽으면서 독도를 만난다. 독도는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독도는 대한민국 동쪽 땅끝이라고? 독도에는 한국인의 얼이 서려 있노라고? 각자 느낌이 다르겠지만, 2008년 8월 독도는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이 땅을 꼭 지켜주세요!"
휘몰아치는 건 파도뿐이 아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망령의 광풍은 더욱 거세다. 본지는 경북대 울릉도·독도연구소, 영남대 독도연구소와 공동으로 독도 기획시리즈를 3편에 걸쳐 연재한다. '독도가 울릉도보다 더 크고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몰랐어도 좋다. 독도 바닷속이 자원의 보고라는데, 대체 무슨 자원이 있는지 궁금한 독자라면 이번 시리즈와 함께 독도여행을 떠나보자.
◆3개의 해산(海山)으로 이뤄진 독도
흔히들 독도를 '국토의 막내'라 부른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섬인 제주도와 울릉도보다 독도가 훨씬 큰형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독도는 신생대 제3기 플라이오세(Pliocene) 후기인 약 460만년 전부터 250만년 전 사이에 걸쳐 일어난 지각변동과 관련된 화산활동으로 태어났다. 기껏해야 1만년 전쯤에 생성을 마친 울릉도와 제주도에 비하면 큰형이라기보다는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뻘이 된다는 게 더 맞는 말이다.
생성연대는 그렇다 치고 규모 면을 따져보면 어떨까. 독도가 울릉도보다 더 크다는 사실에 선뜻 동의할 사람이 있을까? 울릉도의 면적(73㎢)이 독도(0.817㎢)보다 무려 390배나 더 넓은데 말이다.
하지만 독도의 바닷속을 들여다보면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독도를 울릉도보다 작다고 여기는 건 실상 독도의 대부분이 물속에 잠겨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독도 가치의 핵심이 있다. 상당부분 물속에 잠긴 땅, 그곳에 무한한 자원이 있기 때문이다.
독도의 해저지형이 처음으로 밝혀진 것은 지난 1997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해양탐사결과에서였다. 바다 수면 아래(60~200m)에 독도를 떠받치고 있는 직경 약 25~30㎞나 되는 탁상 모양의 거대한 평정해산(독도 해산)이 발견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독도 동쪽에는 이와 같은 평정해산이 바닷물 밑에 2개(심흥택 해산과 이사부 해산)나 더 있다. 또 울릉도와의 사이에도 해산(안용복 해산)이 하나 더 존재한다.
이처럼 독도는 심해로부터 2천여m 높이로 솟구친 3개(독도 해산·심흥택 해산·이사부 해산)의 해산으로 연결돼 있다. 3개의 해산은 모두 원추형 모양을 하고 있으며, 윗부분은 경사도 2% 안팎의 평지다. 수면 위로 드러난 독도는 독도 해산의 중심에 볼록 튀어나온 일부분이다. 독도는 단순히 2개의 바위섬과 89개의 조그마한 돌섬 및 암초로 이뤄진 섬이 아닌 것이다.
지질학 전문가들은 "독도 자체가 '살아있는 지질학 교과서'"라고 한다. 경북대 장윤득 교수(지질학과)는 "독도처럼 해산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도 드문데다 오랜 세월 동안의 파식(波蝕·물결이 육지를 침식함) 및 침강(沈降·밑으로 가라앉음) 작용으로부터 원래 모양을 간직하기도 매우 어렵다"며 "이런 해저산의 진화과정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독도는 암석학의 보고이자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지질유적"이라고 말했다.
◆울릉도와 독도는 한몸
한때 울릉도에서 독도를 육안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한일 양국 학자 간의 논쟁으로 떠오른 적이 있다. '보이느냐, 보이지 않느냐'에 따라 '생활권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논쟁은 1998년 한국해양연구원이 작성한 독도의 정밀 해저지형도를 보면 불시에 해소된다. 독도는 동해의 서남부에 위치한 울릉분지의 북동부에 자리하고 있으며, 독도와 울릉도를 연결하는 연장선상에 위치한 여러 해산들 가운데 하나이다.
물 위에서 보면 울릉도와 독도는 87.4㎞가량 떨어져 있지만 물밑에서 보면 거대한 해산들이 서로 연결된 한몸인 것이다. 일본 영토인 인근 시마네현 부속의 오키섬과 구별할 수 있는 하나의 근거로 작용할 수도 있는 셈이다.
지질학적인 측면에서도 울릉도와 독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조면암(粗面岩·용암이 대기와 접촉할 때 생기는 화산암)으로 이뤄진 독도와 울릉도 화산암류는 방사성 동위원소 조성이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닮아있다. 북동아시아 신생대 후기의 여러 알칼리 화산암류와는 전혀 다른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와는 다르게 오키섬에는 원생대(25억년 전~5억7천만년 전) 초기의 편마암류가 다량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오키섬에서 발견되고 있는 편마암은 독도나 울릉도의 화산암과 다른 대륙지각을 이루는 암석"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독도의 바다 밑 세계를 통해 독도와 울릉도는 한몸이며, 일본의 오키섬과는 다르다는 근거를 연구해 독도 영유권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안하고 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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