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희비'…車업계 '신바람', 철강 "수입가 악재"

입력 2008-08-29 09:31:10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자재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철강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내수를 통해 벌어들인 원화를 비싼 달러화로 바꿔 원재료 구입비로 외국에 지불하면 남을 것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1천90원대에 육박한 27일 포항지역 철강업계 경영진들은 "지난해 이후 계속된 원자재가 상승에 버금갈 정도의 큰 먹구름이 닥쳤다"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철광석과 고철을 비롯한 원재료 수입대금 부담이 엄청나게 커졌고 가만히 앉아서 매일 수억원씩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결과가 빚어지고 있다는 것.

포스코 관계자는 "수출대금을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달러화 그대로 원료 수입금을 지불해 당장 드러나는 피해는 크지 않지만 지속적인 달러화 강세는 원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철강업계에는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철을 녹여 H빔이나 쉬트파일·철근 등을 만드는 전기로 철강업계는 포스코보다 사정이 더 심각하다. 제품 수출비중은 아주 낮은 반면 원재료 수입 의존도는 매우 높기 때문.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사들여 오는 원자재가는 비싼 달러화로 지불하고 회수되는 재품가는 싼 원화여서 '밖으로 남고 안으로 밑지는' 결과를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고철 수입 전문업체들은 "납품받는 대기업들은 매입 단가를 계속 깎는 반면 우리가 지불하는 달러화 가치는 올라 힘겨운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사정이 지속되면 국내산 고철값의 추가 상승과 연이은 원자재가 상승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결국 달러화 가치상승은 수급 불일치에서 비롯된 지난 2년간의 원자재가 폭등현상에 이어 국내 업계에 또 한차례 원자재가 부담 가중이라는 현상을 낳을 것이라는 예상을 낳고 있다.

이에 반해 달러화 강세는 수출비중이 70~80%에 이르는 자동차·전자 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하면서 이들 업계는 기존의 매출액 신장과 더불어 환차익까지 더해 경영호기를 맞았다. 특히 울산과 경주지역 등 자동차 관련업계는 경쟁이 치열한 미주권 시장에서 마케팅 경쟁력이 상당히 커질 것으로 반기는 분위기다.

경주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 임원은 "달러화 강세에 힘입어 북미지역 수출시장 근무자들에게 '공격적 마케팅으로 전환하라'는 방침을 내린 상태"라고 말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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