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대구가톨릭대병원 이태성 교수

입력 2008-08-28 14:06:18

"자궁암 예방하려면 산부인과와 친해지세요"

이태성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 전문의다.

여성의 신비를 품은 자궁은 생명을 잉태하는 인체의 소중한 기관이지만 다른 장기와 마찬가지로 언제 암이 찾아올지 모르는 기관이기도 하다. 자궁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암은 '자궁경부암'. 불과 20년 전만 해도 한국 여성암 가운데 가장 높은 발병률을 보였고, 지금도 인구 10만명 당 18.5명에 발생하는 흔한 암이다. 이 교수는 "자궁경부암 환자가 그나마 감소한 이유는 건강보험 제도가 정착한데다 조기검진 인구가 늘어난 때문"이라며 "자궁경부암은 다른 암과 달리 암의 전단계인 상피내종양을 오랜 기간 거치기 때문에 이 기간 내에 발견하기만 하면 충분히 완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궁경부암이 뭔지도 모르는 우리나라 여성들이 아직도 부지기수. 조기암 환자는 크게 준데 반해 말기 자궁경부암 환자 숫자는 과거와 큰 차이가 없다.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몇년에 한번씩 부정기 검사나 겨우 받거나 평생 세포검사 한번 받지 않는다. 성관계를 맺는 시기가 빨라지면서 일반적으로 40대에 자주 발생하는 자궁경부암 연령 또한 점점 낮아져 10대 때 상피내종양이 생기고, 20대 자궁경부암으로 이어진다.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자궁경부암이 여성의 삶에 미치는 악영향은 심각하다.

0기 및 1기 초반이라면 '원추형 절제술'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지만 말기에 이르면 결국 자궁을 들어내야 하고 임신과 출산을 모두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 교수는 "자궁경부암은 암의 원인이 어느 정도 밝혀져 있고, 예방 백신도 개발돼 있다"며 "조기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서 어떻게 여성들을 병원에 오게 하느냐가 산부인과 의사의 가장 큰 숙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했다.

자궁경부암과 함께 3대 부인암으로 꼽히는 암에는 난소암과 자궁내막암이 있다. 국내에서도 서구와 마찬가지로 자궁경부암은 감소하는 대신 난소암, 자궁내막암 발병률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 이 교수는 " 일반적으로 난소암은 출산횟수 감소 및 조기 초경과 늦은 폐경에 따른 배란횟수 증가, 자궁내막암은 무월경 및 비만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같은 일본사람이지만 미국에 사는 이민 1세 일본사람의 난소암 발병률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고, 여기엔 식생활습관의 서구화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자궁암(부인종양)의 대가로 명성을 쌓은 이 교수는 생리통 감소 기전에 대한 연구 논문과 상품화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 임신횟수 감소, 늦은 결혼 같은 원인이 겹쳐 늘어나고 있는 생리통은 여성 노동력 상실의 가장 큰 원인. 이 교수는 2000년대 초 여성 생리통을 감소시키는 '바이오 세라믹 물질이 함유된 다기능성 생리대 및 그 제법'에 대한 국내 특허를 받았고, 2006년 같은 원리를 적용한 여성용 팬티도 특허냈다. 이 교수는 "바이오 세라믹 물질이 혈류를 증가시켜 생리통의 원인이 되는 자궁근육의 국소빈혈 현상을 개선하고 과다한 자궁수축을 방지, 생리통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기전을 밝혀 해외 의학잡지에 발표했다"며 "지난해부터 국내 여성속옷업체가 상품화, 백화점에서도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계명대동산의료원에서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1983년~2000년까지 교수로 재직한 이 교수는 8년 전 대구가톨릭대병원으로 옮겨왔고, 미국 슬로안케터링암센터(87년)'미국국립보건원(NIH) 국립암연구소 연수(92~93년)를 통해 부인암에 대한 수술 및 항암 치료와 자궁경부암 원인에 대한 실험 및 연구에 매진해 왔다. 이 교수는 "앞으로도 자궁암의 수술적 치료와 생리통 감소에 대한 연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며 "치료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의사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프로필

△1980년 경북대 의대 졸업 △87년 가톨릭의대 의학박사 △87년 미국 슬로안케터링암센터 연수 △92~93년 미국국립보건원 국립암연구소 연수 △83~2000년 계명대 의대 교수 △2000년~현재 대구가톨릭대 의대 교수 △2002~2007년 대구가톨릭대 의과학연구소 소장 △2007년~현재 대구가톨릭대 의대 학장 △대한부인종양 콜포스코피학회 이사 및 감사 △대한산부인과'대한암학회 정회원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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