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들 "취업 등 차별도 있는데…" 노심초사

입력 2008-08-28 10:10:52

"새터민이란 이유만으로 간첩으로 의심받는 건 아닌지 걱정돼요."

27일 탈북자로 위장한 여간첩이 구속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역에 거주하는 새터민(탈북자)들은 자칫 불똥이 자신들에게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한국에 와 올초 지역의 한 전문대학에 다니고 있는 이옥희(가명·29·여)씨는 "어렵게 친구들을 사귀었는데 이번 일로 또다시 보이지 않는 장벽이 생길까 두렵다"고 한숨부터 내쉬었다.

새터민들은 지난 2005년 6월 국정원이 '국내 위장 귀순 혐의로 탈북자 100여명을 내사하고 있다'고 밝힌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이미 한 차례 홍역을 치른 터라 그때의 악몽을 떠올리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국에 정착한 지 6년째인 트럭 운전사 김인수(가명·49)씨는 하루종일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 투표를 하고 나도 이제 정말 대한민국 국민이구나 하며 뿌듯했었는데 이번 일로 직장에서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새터민들의 정착을 돕는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전문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일로 자칫 '새터민=간첩'이란 공식이 시민들 의식 속에 번질 수 있다는 것.

한재흥 목사는 "새터민들이라고 밝히면 취업을 하려 해도 차별받는 일이 종종 있어 '강원도 사람'이라고 둘러대는 이들이 많을 정도"라며 "남북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런 일이 겹쳐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북한이주민지원센터 허영철 소장은 "이번 사건으로 간첩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기보다 새터민들을 싸잡아 매도하는 사회적 기류가 형성되지 않을까 염려된다"며 시민들의 성숙한 대응을 요청했다.

일부에서는 '공안정국이 다시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북한에서 넘어와 간첩활동을 하다 붙잡힌 사례가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 경찰 관계자는 "탈북자들을 관리하면서 정말 힘들게 자리잡으려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는데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당황스럽다"며 "이들에 대한 관리가 좀 더 엄격해지면서 서로가 불편한 관계가 될까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지역에 정착한 새터민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구 353명, 경북 284명이며, 전국적으로는 1만3천여명을 넘어서고 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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