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김경문 감독…예의도 한 수 위

입력 2008-08-23 08:37:18

'언행은 이미 금메달감' 이번 올림픽에서 일본을 연파한 한국 야구 대표팀의 수장 김경문 감독과 호시노 센이치 일본 감독의 태도는 극과 극이었다. 김 감독이 겸손한 태도를 줄곧 견지해온 반면 수 차례 한국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해온 호시노 감독은 23일 한국에 2대6으로 패한 뒤에야 패배를 깨끗이 시인했다.

지난해 12월 올림픽 야구 아시아예선에서 한국이 경기 직전 선수 명단을 바꾼 것을 두고 '위장 오더'라고 문제를 제기한 호시노 감독은 경기전 줄곧 시비를 걸었다. 베이징에 와서도 "한국 선수들은 특별한 것이 없다. 한국이 위장 오더만 하지 않으면 이길 수 있다"며 자극해왔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시합 결과로 말할 뿐"이라며 맞대응을 삼갔다.

결국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예선리그에서 5대3으로 일본을 누른 데 이어 23일 준결승전에서 6대2로 일본을 완파했다. 그제서야 호시노 감독은 "이제 한국이 우리보다 약하다는 말을 하지 말아 달라. 진 것에 대해 여러 이유를 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패배에 승복했다.

그동안 부진에 대한 미안함에 이날 경기 후 눈물을 보인 이승엽이 "베이징올림픽 목표가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따는 것이었기에 23일 결승에서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했고 이진영이 "(쿠바전에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자신에 찬 모습을 보였지만 김 감독은 여전히 자세를 낮췄다.

이날 끈질기게 위장 오더 문제를 거론한 호시노 감독에 대해 "야구인으로서 존경하는 감독"이라며 "둘 중 한 명은 웃고, 한 명은 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승운이 좋아서 이겼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가 일본보다 많이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다른 나라에 한국 야구가 잘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결승전까지 오른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해 매너에서도 가장 큰 박수를 받을 만했다.

베이징에서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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