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열치열(以熱治熱), 한여름 무더위를 상대로 한판승을 딴 베이징올림픽이 막바지 기염을 토하고 있다. 근 보름동안의 혈전, 박빙의 승부처마다 사력을 다하는 선수들과 애타게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에는 이미 너와 내가 없다. 부상 때문에 4년 준비가 물거품이 되는 선수들을 보고 다 함께 눈시울을 적신다.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가 100m, 200m에서 세계신기록을 기록할 때 세계인은 함께 환호한다. 이것이 바로 올림픽의 마음이고 참맛이다.
그러나 옥(玉)에 티, 역사상 가장 성공한 올림픽이라 평가되는 베이징올림픽도 예외가 아니다. 말도, 탈도, 이견도 많다. 개막식 립싱크와 컴퓨터그래픽 폭죽을 두고 짝퉁올림픽, 엄청나게 비싼 물가와 숙박요금을 두고 바가지올림픽, 암표상 단속이후 등장한 관중동원올림픽, 높이뛰기 선수의 장대가 사라지는 기상천외올림픽 등 갖가지 별칭도 붙었다. 중국의 변명도 재미있다. 수십만 관중 앞에서 어떤 어린아이가 완벽할 수 있는가? 환경올림픽에 진짜 폭죽보다는 그래픽이 어울리지 않을까? 중국제품과 서비스가 서구국가들과 비교해도 비싼가? 단속한 암표를 다시 판매하는 것이 합법적인가? 그렇다고 관중석을 비워두는 것이 선수에 대한 예의인가?
올림픽 이후의 중국에 대한 전망도 분분하다. 과도한 투자로 경기가 위축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향곡선을 그리는 상하이증시의 변동을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판단 오류이다. 베이징올림픽이 중국경제에 파장을 일으킬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 가지는 올림픽으로 들뜬 곳은 중국에서도 베이징, 베이징에서도 올림픽이 열리는 올림픽촌 일대 뿐이라는 사실이다. 다른 성이나 도시는 말할 것도 없다. 베이징시 남서부에 위치한 마렌따오(馬連道) 차거리, 광동을 제외하고는 중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차집산지다. 올림픽 기간이지만 올림픽 냄새조차 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가게에 TV조차 없다. 너무나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 올림픽에 대해 묻자 사람이 줄었다고만 대답한다. 그리고 올림픽이 상표 '중국'을 홍보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앞으로 외국인의 차구매가 기대된다는 말을 덧붙인다. 그들에게 올림픽은 중국발전의 무협드라마에 삽입된 광고시간일 뿐이다. 광고가 끝나면 드라마는 계속될 것이고, 광고효과로 더 높은 시청률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올림픽에 투자된 자금도 중국식 발상을 적용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2003년 중국이 유인우주선 선조우 5호를 발사했을 때 일각에서는 중국의 경제수준에서 과도한 지출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당시 중국정부의 해명은 간단했다. "중국인이 자존심을 사는데 1인당 1위안을 지출했을 뿐이다." 올림픽에 소요된 비용에 대해서도 같은 대답이다. 개막식에 투입된 1000억 원이 넘는 비용도 13억 중국인 1인당 부담은 100원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촨지역에서 발생한 대지진이 중국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다. 지진 발생 후 대부분의 지역에서 직장인 1개월 치 임금의 50%를 갹출해서 재난지역을 도왔다.
폐막을 하루 앞둔 베이징올림픽, 정작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중국인이 이야기하는 올림픽 정신이다. 중국인들이 올림픽정신을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규칙 내에서 공정하게 경쟁하자는 것이다. 비단 스포츠 뿐만이 아니라 경제, 정치,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서 정당하게 경쟁하자는 의미이다. 자신감의 표출이다. 경제면에서 중국은 이미 서구국가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무역기구(WTO)의 틀 내에 진입해서 경쟁하고 있다. 이제 서구문화의 뿌리인 올림픽까지 도전했다. 압도적인 금메달의 수, 테러와 전쟁에서도 가장 안전한 곳이 중국이라는 이미지획득, 시종일관 완벽한 손님접대, 모든 분야에서 금메달감이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일까? 올림픽은 세계인의 잔치다. 중국인이 준비한 인류를 위한 축제의 장이다. 만약 중국이 이를 간과하면 중국금메달은 유럽연합(EU)이 획득한 금메달과, 어쩌면 미국의 메달까지 합산되어 비교되어질지도 모른다.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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