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한창 공부할 시기에 기타와 살던 큰 아들

입력 2008-08-23 06:00:00

"애미, 애비 둘 다 이리 앉아봐라. 아이들 둘 다 한창 공부할 때인데 방에 가보니 기타가 두 대나 있네. 우째 된 일이고."

벌써 10년도 지난 일이었다. 큰 아들은 고등학교 3학년, 작은 아들은 2학년 오전 5시에 일어나 눈을 억지로 비비고 아침밥 한술 뜨면 도시락 2개 들고 오후 12시 야간 자습까지 힘들 때, 시아버님께서 모처럼 놀러와서 아이들 방을 둘러보시고는 불호령이 떨어진 것이다.

작은 아들은 기타가 배우고 싶어 중학교 때 벌써 통기타를 사서 혼자 열심히 배우기에 그러다 말겠지 생각했는데, 고등학교 2학년이 되자 여기 저기 알아보더니 그동안 세뱃돈, 용돈 모아둔 28만원을 몽땅 털어서 앰프기타를 산 것이다. 처음에는 걱정이 되었지만 어릴 때부터 자기 할 일은 꼭 챙기는 터라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다.

더운 여름날 팬티만 입고 졸업만 하면 머리 길게 기르고, 음악 할거라고 연주 할 때면 속으로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니었지요.

밤늦게 살며시 방문을 열어보면 새로 나온 팝송을 적어서 열심히 외우는 걸 보면서 나도 학창시절에는 그랬지 하며 이해하려고 애를 썼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기숙사에 들어갈 때도 기타는 보물처럼 챙겼다.

지금은 직장생활 한 지 4년이나 되어 걱정할 일도 없지만 기타 얘기만 하면 우리 모자는 마주보고 웃는다.

며칠 전, 휴가라고 서울서 내려온 작은 아들에게 "이번 주 주제가 기타라는데, 글 줄거리 네가 써 줄래" 했더니 장난스럽게 웃으며 "아무튼 제가 기타 샀을 때 두 분이 저를 믿어 주신 게 참 고마웠어요. 성미 급한 부모님들은 악기를 부수기도 한다는 데"하고 내 어깨를 살짝 주물러주는 아들을 보며 '바르게 자라주어 고맙다고 그 마음 알아주어 대견하다'고 칭찬해주고 싶었다.

여종희(대구 남구 대명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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