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연애시절 남편이 들려주던 베이스기타

입력 2008-08-23 06:00:00

1990년대 고등학교 시절, 의대생 오빠의 그룹사운드 공연을 보러 친구들이랑 시민회관에 간 적이 있다. 당시 우리 오빠는 드럼이었고, 난 개인적으로 전자기타를 치는 오빠가 맘에 들어, 오빠 앨범에서 기타 치는 그 오빠의 사진을 몰래 꺼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수학 책 속에 넣어 두곤 남자친구라 자랑하며 혼자 즐거워했었다.

그 후 10년, 지금의 신랑을 처음 만났을 때 보기와는 전혀 안 어울리게 다음 만남에 기타를 쳐주겠다며 기대하라는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근데 진짜 두 번째 만남에 친구 음악실에 데려가서는 베이스기타를 집어드는 게 아닌가. 베이스 기타가 4줄인데다 혼자서는 제 소리를 다 낼 수 없고 '둥둥둥' 소리만 난다는 내 편견과는 달리 아름다운 선율의 'Fly me to the moon'의 연주는 내 기대 이상이었다.

하지만 그 감동도 잠시 연주하는 신랑 뒤에서 감상하던 난 베이스를 잡고있는 신랑의 짧은 왼쪽 엄지손가락을 보고 웃음을 참느라 혼났었다. 이제는 유명 음악들에서 베이스 부분을 정확히 찾아 낼만큼 내 귀도 신랑을 따라 가고 있다.

아직도 시댁에 잘 모셔져 있는 베이스 기타를 이제는 찾아와야 할 것 같다. 그 후 한 번도 듣지 못한 신랑의 베이스 연주를 친정오빠의 드럼, 언니의 키보드와 함께 이번 가을을 수 놓아야겠다. 허스키 보이스인 난 보컬을 맡아야지. ㅋㅋ ^^

김윤정(대구 수성구 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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