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배 다단계업체 임원의 20억원 금고 훔치다 덜미

입력 2008-08-22 10:16:18

"털어도 신고 못할 것 같아서…"

거액이 든 다단계 회사의 금고가 통째로 없어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범인은 또다른 다단계 회사를 운영하는 업자였다.

대구 성서경찰서는 22일 M다단계 회사 사무실에 있던 금고를 훔쳐 달아난 혐의로 B(48)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K(34)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 4월 19일 오전 3시쯤 회사 사무실로 쓰던 달서구 두류동의 한 원룸에 베란다 방범창을 통해 침입, 현금 2억원과 수표 18억원 등 20억원이 든 대형 철제금고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대담하게도 가로 90㎝, 세로 1m, 높이 1m20㎝ 규모의 철제 금고를 담요로 감싼 뒤 통째로 들고 나왔다. B씨 등은 M사의 한 임원과 잘 알고 있는 사이로 금고의 위치, 사무실 구조 등 사전 정보를 몰래 빼냈고 밤에는 사무실을 지키는 사람이 없다는 점을 이용했다.

서울에서 한 다단계업체 영업이사를 맡고 있는 B씨는 경찰에서 회사 운영이 어려워지자, 자신이 투자한 돈 3천만원과 또다른 공범 K씨에게서 빌린 2천만원을 갚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훔친 금고를 대전으로 갖고 가 두께 20cm의 금고를 망치 등으로 부숴 돈을 꺼냈다. 이들은 현금과 수표를 바꾼 1억8천만원 등 3억8천만원을 나눠 썼으며 이중 K씨는 "정선카지노와 경마장 등에서 수천만원을 날렸다"고 진술했다.

금고를 잃어버린 M사는 1년 전 설립돼 산양과 산삼을 길러 나온 수익금을 투자자들에게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큰 수익을 올렸는데 올들어 유사수신행위를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왔다. 이 회사는 대구에 본사를 두고 전국에 6곳의 지부가 있고 투자자만 2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M사는 수성구 만촌동에 사무실을 두고 투자자를 모집해왔으나 수성경찰서에서 관련자 28명을 조사하고, 회사돈 1억5천만원을 압수하면서 지난 3월 달서구 두류동의 원룸으로 사무실을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성서경찰서 임선제 TSI팀장은 "M사가 갖고 있던 돈을 경찰에 압수당할 것을 우려해 은행에 입금하지 않고 비밀 금고에 넣어뒀지만 B씨 등은 이를 이용해 금고를 쉽게 털어갔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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