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정양 납치 살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허양의 할아버지가 사건 발생 84일 만인 지병인 폐질환으로 21일 세상을 떠났다. 경찰은 허양의 할아버지 진술이 사건 해결의 결정적 단서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구체적인 진술에 매달려 왔다. 그런데 허씨는 숨지기 직전까지 사건과 관련해 제대로 된 진술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허씨의 진술을 유도하기 위해 간병인을 제공하고 형사들이 순번을 서는 등 공을 들였으나 끝내 그의 입을 여는 데 실패했다. 한 경찰은 "부모님에게 이 정도 했으면 효자 소리 들었을 것"이라고 허탈해했다.
그런데도 허씨가 숨지기 전까지 범인에 대한 구체적 진술을 거부한 까닭은 무엇일까. 달성경찰서 안재경 수사과장은 "범인 2명이 자신을 때렸고 손녀가 아닌 자신에게 감정이 있었다는 것이 허씨 진술의 전부"라고 밝혔다. 허씨는 경찰의 추궁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으로 일관했다. 4차례 최면수사를 시도했으나 협조하지 않아 실패했고 거짓말 탐지기 수사에도 응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허씨의 행적이나 가족, 주민들에 대해 갖가지 소문들이 떠돌았으나 결국 허씨가 숨지면서 수사는 미궁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경찰 관계자는 "허씨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은 데다 허양의 시신이 늦게 발견되는 바람에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반면 경찰이 처음부터 면식범의 소행으로 보고 목격자 허씨의 입에 너무 의존했다가 허씨의 침묵으로 사건 해결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도 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허양에 이어 허양 할아버지까지 숨져 사건 해결에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경찰 수사가 이들의 원한을 풀어주기를 기대해 본다.
박용우기자 yw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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