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김모(23)씨는 두 달 전 교내에서 30만원짜리 자전거를 도둑맞았다. 동아리방에 잠깐 볼일을 보러 간 사이 사라져버린 것. 김씨는 자전거를 세워뒀던 동아리 건물 CCTV를 떠올렸고 화면을 본 순간 깜짝 놀랐다. 웬 남자들이 자신의 자전거를 통째로 들고 나가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그는 어렵게 부탁해 출력한 CCTV화면을 교내 곳곳에 붙이고 수배 중이지만 여전히 범인은 오리무중이다. "결국 자전거를 새로 샀죠. 경찰에도 신고했지만 별로 기대는 하지 않고 있어요."
개학을 앞둔 대학 캠퍼스가 들끓는 자전거 도둑으로 몸살이다. 대학생들에게 자전거는 멀리 떨어진 강의동을 이동하는 중요한 학내 교통수단. 하지만 자전거 도둑들이 설치면서 헌 것, 새 것 가리지 않고 훔쳐가는 바람에 비상이 걸렸다.
20일 오후 경북대 중앙도서관 앞 자전거 보관대. 100여대의 자전거들은 저마다 자물쇠로 단단히 잠겨 있었다. 오토바이에나 채울만한 두툼한 자물쇠를 단 자전거도 있었다. 도서관 앞 나무들마다 자전거 한 두 대씩 매달려 있었다. 이모(21)씨는 "도난은 외부인들의 소행인 것 같다. 학생들 사이에선 경북대가 대구의 자전거 보급소라는 자조섞인 한탄마저 나돈다"고 했다.
경북대 온라인 게시판 '복현의 소리'에는 자전거 도둑을 잡아달라는 글이 곳곳에 눈에 띈다. 한 대학생은 자전거 사진 파일을 첨부하면서 "자전거를 찾아주면 사례하겠다"는 글까지 올렸다. 한 학생은 "며칠전 밤에 누군가 제1과학관 앞 자전거 보관대를 싹 쓸어갔다"고 했다. 학생들은 해외 사례까지 들어가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한 학생은 "캐나다 토론토대는 자전거 도난 문제 해결을 위해 위치정보시스템을 장착한 미끼자전거를 교내 곳곳에 놔둬 범인을 잡았다"며 학교 측의 적극적인 대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경찰이나 대학본부 측은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반응이다. 대구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올들어 자전거 도난으로 경찰에 신고된 건수는 32건으로 이중 범인을 잡은 것은 단 1건에 불과했다.
경북대 관계자는 "학생들이 교내 CCTV 증설을 요청하고 있지만 올해 안에는 어려울 것 같다"며 "당분간 학생들 스스로 자전거를 잘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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