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천 따지 검을현 누루황…" 웬 천자문 읊는 소리?
대구 서구 평리3동(동장 이진희) 주민센터 3층은 '청소년 예절교실'의 현장이었다.
이곳 주민자치센터에서는 여름방학을 맞아 청소년에게 예절과 한문을 가르쳐 우리의 전통예법을 생활화하는 교육의 장을 마련했다. 지난 14일 오전 10시. 이날은 제례 교육에 이어 8·15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태극기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고 있었다.
예절교실은 초교 5, 6학년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7월 23일부터 8월 21일까지 한달간 문을 열었다.
아이들은 방학이라 늦잠자고 있을 시간에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훈장님의 가르침에 귀를 세우고 있었다. 영어, 수학 과외에 전력을 쏟는 세태와는 달리, 이곳 아이들은 예절교육으로 보람된 방학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친구와 함께 시작했다는 문사현(12·여·비산초교)양은 "처음엔 조금 따분한 느낌도 있었지만 차츰 재미가 생겼어요. 오늘은 훈장님께 들은 태극기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아요" 라며 방긋 웃었다.
자칫 딱딱하기 쉬운 예절과 한자를 공부하는 아이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계속 질문하는 아이부터 중요한 내용을 놓칠세라 필기하는 아이까지… 교실 가득 진지함이 느껴졌다. 강의는 쉽고 재밌게 푼 한자방정식과 가정과 학교에서 지켜야 할 예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흥미진진하게 진행됐다.
강사 손재현(61)씨는 일명 훈장님으로 통한다. 현재 요은서당을 운영하며 전통예절의 중요함을 널리 알리고 있다. 그는 "서구인들은 한국의 효(孝)사상을 극찬하며 동양의 정신문화를 배우고 있는 반면에 우리는 가장 소중한 정신적 자산을 버리고 있다"며 "짧은 방학기간이지만 청소년들이 올곧은 인격자로 성장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청소년들의 반응이 기대 이상이어서 설문조사를 거친 후, 교육대상과 정원을 늘리고 여름에 이어 겨울방학에도 예절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최영화 시민기자 chyoha6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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