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생각] 스승에 대한 믿음

입력 2008-08-19 06:00:41

얼마 전 초등학생이 선생님을 구타했다는 기사를 읽고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학생이 선생님께 감히 손을 올릴 수 있는 걸까. 더군다나 동방예의지국이란 우리나라에서 말이다.

학교체벌 문제 때문에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생활을 지도하는 데 힘이 든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학생들 교육은 선생님과 학부모, 학생이 함께 어우러져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필자는 그저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학생이 선생님을 존경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혹시 부모 때문이 아닐까? 학교 선생님에 대한 거리감이 부모들에게 조금씩 있는 듯하다. 직접 겪지도 않고 여기저기서 들려온 몇몇 좋지 않은 정보에 많은 부모들이 잘못 인식하고 있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학교에 자주 발걸음을 하면 마치 선생님에게 촌지라도 건네주는 것처럼 보이고 빈 손으로 선생님을 찾아가는 건 실례라고 착각하는 부모들도 간혹 본다. 우리 아이를 맡아 1년간 지도해주는 선생님과 가깝게 지내는 건 당연한 일인데 무엇이 이렇게 학부모와 선생님 사이를 멀게 한 것일까.

우리 아이를 처음 학교에 맡긴 5년 전이었다. 딸 아이도, 필자도 처음 만난 담임선생님에 대해 많은 기대와 긴장감을 갖고 있었다. 한두 차례 교실청소를 도와주러 학교에 발걸음을 하며 선생님과 많은 대화도 할 수 있었고 아이의 학교생활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도 있었다. 담임 선생님은 글씨 쓰는 법부터 시작해 여러 가지를 우리 아이에게 가르쳐줬다. 특히 우리 아이는 행동이 많이 느린 편이다. 아니 느긋한 성격이라고 하는 게 맞을지 모르겠다. 다른 아이들과 보조를 못 맞추고 항상 느린 행동을 해서 선생님이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미안해 하는 필자를 보고 선생님은 "최대한 빨리 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요"라며 활짝 웃었다. 그 말을 듣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그렇게 자상하던 선생님을 떠나 2학년이 되면서 많이 섭섭해 하는 딸아이를 보며 선생님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몇 년 후 사춘기 비슷한 감정으로 친구와의 관계에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옆에서 힘이 되어주었던 선생님들 역시 지금도 잊지 못할 고마운 분들이다. 잘 찾아가진 못하지만 전화로 자주 상의를 하곤 했는데 언제나 진심 어린 대화로 마치 친구처럼, 혹은 엄마처럼 우리 아이를 걱정해주고 함께 고민해주었다.

반 학생들이 40명이나 되는데 아이들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또 어루만져주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이 뚜렷한 아이들을 함께 모아 생활하고 가르친다는 건 절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선생님에 대한 믿음은 중요하다. 무엇보다 선생님에 대한 믿음과 존경을 부모인 나부터 먼저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조미경(중앙초교 6학년 최정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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