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성요셉재활원 원생 30㎞ '추억의 도보순례'

입력 2008-08-16 09:57:49

"뜨거운 태양 아래 걷는 것이 힘들었지만, 한여름밤 야영장에서 달님과 별님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좋았어요."

고령 성산면 어곡리에 소재한 성요셉재활원 원생 7명이 지난 11~13일 2박 3일에 걸쳐 충주호~월악산~문경새재를 도보 순례했다.

도우미와 스태프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이들에겐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하루에 10㎞ 정도, 3일간 30여㎞를 걸어야 하는 힘든 길을 한 사람도 낙오 없이 무사히 마쳤다. 원생들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장애 극복 의지를 확인한 것은 큰 소득이었다.

재활원 원생들의 이번 도보 순례는 올해로 네번째. 도보로 국토를 순례하며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몸소 느끼면서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인내심을 키운다는 게 행사의 취지다. 이번에 참가한 7명의 장애우는 자발적으로 신청한 20여명 중에서 선발됐다. 박소영(28·여)씨는 지난 2005년 1회 도보 순례 도중 몸이 좋지 않아 중간에 포기했는데, 이번에 다시 도전해 끝내 완주에 성공했다.

원생들은 순례 도중 발에 물집이 생기고, 밤에는 모기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등 어려움도 있었지만 야영 중 별과 달빛 아래 이야기하며 즐긴 한여름밤의 정취와 마지막 날 문경새재를 넘을 때 맨발로 흙 기운을 느끼며 걸은 추억을 잊을 수가 없다.

전효선(25·여)씨는 "모기 때문에 힘들었지만 캠프장 냇가에서 물놀이를 한 것이 즐거웠어요. 내년에도 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김대수(35)씨는 "우리를 도와 준 선생님들이 힘들었지 우리는 즐거웠다"고 말했다.

성요셉재활원 박상호 원장은 "원생들이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감과 장애 극복 의지를 확인하고, 참고 이겨내는 내적인 힘을 기를 수 있다"며 "이런 동기 부여는 생활의 활력은 물론 재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고령·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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