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임동면 박곡리 전기 들어온 날
"하나 둘 셋, 불 켜주세요!" "와! 만세!"
14일 저녁 8시 어둠이 짙게 깔린 산골 외딴마을인 안동시 임동면 박곡리에 처음으로 전기가 들어왔다. 대낮처럼 환한 불빛 아래서 이 마을 5가구의 주민 6명은 또다른 '광복'의 기쁨을 누렸다. 10~30여년간 갇혀있던 어둠에서 해방된 벅찬 감격이었다.
안동시와 한전 경북지사의 외딴마을 전기공급사업으로 전깃불을 밝히게 된 이 마을에는 이날 이웃 주민들과 김휘동 안동시장, 김임호 한전 경북지사장, 김경동·권기익 시의원 등 축하객들의 박수와 함께 '역사적인' 점등식을 가졌다.
이제형(68)·안장수(64)씨 부부 등 주민들은 마을에 전기가 들어온다는 소식에 며칠째 마음이 설레었다고 했다. 주민들은 한전 직원들이 전봇대를 세워 집집이 전선을 연결하고 방방이 형광등을 설치하면서 비로소 전기가 들어온다는 게 현실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전기 없이 살아온 설움을 한방에 날려버리고 새로운 문명생활에 가슴 부풀어 있는 것. 안장수 할머니는 "10년 전 임하댐 수몰로 안동으로 나갔다가 할아버지가 몸이 아파 산골로 들어온 후 처음 보는 전깃불"이라며 "여름밤에도 시원한 물 한모금을 찾아 마실 수 있게 됐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홀몸으로 살며 30여년 만에 첫 전깃불을 밝힌 김분선(84) 할머니는 "어둠이 빨리 내리는 산골이라 밤이면 혼자서 멍하니 별빛만 쳐다보다 잠들곤 했다"며 "이제야 마을에 '광명'이 찾아왔다"고 박수를 쳤다.
20여분만 나가면 한밤중에도 환한 별천지가 펼쳐졌지만 주민들은 그 흔한 선풍기와 냉장고 하나없이 살아왔다. 더우면 부채로 견디고 밤이면 별빛과 호롱불에 의지했다. 도회지로 나간 자식들이 사다준 고기며 생선도 저장할 수 없어 절반은 개나 산짐승에게 내주기 일쑤였다.
그 때문에 주민들은 전기가 들어온 후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냉장고와 TV를 들여오는 것이라고 했다. 김임호 한전 경북지사장도 "전깃불 하나로 주민들의 생활이 엄청나게 바뀔 것"이라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전깃불이 들어오던 지난밤 주민들은 불빛이 너무 밝아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지만, 기쁘고 반가운 마음에 밤새 불을 밝힌 채 건국 60주년 광복절 아침이자 마을에 광명이 찾아온 첫날 아침을 맞았다.
글·사진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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