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特赦 기업인들은 '경제 헌신'으로 보답해야

입력 2008-08-13 10:49:06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대통령은 사면권을 과도할 정도로 빈번하게 행사했다. 그 규모도 으레 수십만, 수백만 명이 관행이고 사면 대상 또한 자의적이었다. 그래서 수사와 재판 결과를 일거에 쓸어버리고 국민의 법감정을 흔들어 놓는 대통령 사면권 남용은 규제해야 한다는 비판여론이 많았다. 이명박 정부 또한 대선뿐 아니라 집권 후에도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 사면권 남발을 막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외부인이 참여하는 투명한 사면심사를 약속한 것이다.

하지만 어제 정부가 발표한 광복절 특별사면을 보면 34만 명이라는 규모도 규모지만 대상자 면면이 아연케 한다. 정부가 내세운 명분처럼 꼭 이런 식으로 무리한 사면을 해야 경제가 살고 국민통합이 이루어지는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국가경제에 심각한 해악을 끼친 기업인, 권력형비리로 처벌받은 정치인들이 그런 명분과 어찌해서 부합하는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지난 6월 취임 100일 기념 첫 특사에서 282만 명의 생계형 사범만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에 이번에 정치인 경제인을 선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더라도 형 확정이 겨우 두 달밖에 안 지났고 사회봉사명령을 3분의 2만 채운 재벌 총수나, 경제범죄가 아닌 폭력사범으로 처벌받은 재벌 총수를 풀어 준 것은 국민 법감정과 크게 동떨어진 조치다. 보통 국민은 교통법규 하나만 어겨도 제때 범칙금을 내지 않으면 당할 불이익 때문에 전전긍긍한다. 이런 국민의 눈에 이번 사면이 국민 화합용 사면으로 비쳐지겠는가.

사면권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해도 법치주의를 함부로 훼손할 수는 없다. 법은 만인에게 공정할 때 권위가 선다. 정부는 이제라도 사면권 남발을 제도적으로 막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다. 기업인들은 이왕 사면복권 혜택을 받은 만큼 경제 살리기 헌신으로 사회에 보답하길 당부한다. 그래야 사면을 밀어붙인 정부가 체면이라도 서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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