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덕천주교회서 무료영어교실…미군 군무원 칼 턴바우 씨

입력 2008-08-13 06:00:22

"미국 아저씨와 영어 배우는 것이 진짜 신나요."

미국인 칼 턴바우(49·캠프워커 군무원)씨는 올 여름 대구의 폭염에도 여름휴가를 다녀오지 못했다.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어서"라는 것이 이유다.

그는 대구 봉덕천주교회(주임신부 박형진) 지하 1층 교리실에서 매주 일요일 오후 2시 아이들에게 무료로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아이들의 방학에 맞춰 영어를 가르쳐 달라는 주임신부님의 부탁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10월 성당에서 영세를 받고 결혼식을 올린 후 부인 김정란(45)씨와 함께 지난 겨울부터 '초교생 무료 영어교실'을 열고 있다.

수업에 참가하는 아이들은 20여명. 영어학원 수업과 다른 것이 두 가지다. 시작 전후 기도를 하는 것과 턴바우씨 부부가 직접 준비해 온 간식을 함께 나눠 먹는 것이다.

턴바우씨가 직접 준비해 온 복사물로 노래와 율동으로 영어를 배우다 보면 김씨가 음료수와 함께 음식들을 내 온다. 김씨는 "매주 간식 메뉴를 바꾼다"며 "다음 주에는 멕시코 음식을 준비할까 한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간식비도 받지 않다가, 학생들이 늘면서 현재는 월 2만원을 받고 있다.

"함께 먹는다는 것은 참 중요합니다. 함께 교감하며 자연스럽게 언어습득을 돕죠."

턴바우씨가 대구에 온 지 벌써 11년째. 1981년 주한미군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었고, 97년 캠프워커에 현역군인으로 발령받아 대구에 첫 발을 내디뎠다.

"대구는 큰 도시지만 작은 도시 같아서 좋아요. 서울과 부산처럼 바쁘고 불안하지 않아서 그런지 저의 고향처럼 편안해요."

그는 2002년 전역과 함께 대구에 눌러앉았다. 거기다 부인 김씨를 만나면서 대구는 행복한 사랑의의 도시가 됐다. 아버지도 한국전에 참전해 한국말도 곧잘 한다. "며느리가 가면 미스코리아가 왔다고 반가워하죠."

직장에 다니면서 매주 일요일 무료로 영어교실을 진행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 특히 주말의 개인 시간을 중시하는 미국인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는 10년 전부터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부인 김씨와 처음 만난 것도 대구시립희망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이다.

"아이들이 참 귀엽습니다. 대답하는 것도 재미있고. 아이들보다 제가 더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함께 웃고, 말하고, 춤추며, 여러 나라의 음식을 함께 나눠 먹는 것이 따뜻한 가족적인 분위기이다. 아이들은 큰 아빠 엄마와 같은 턴바우씨 부부로 인해 영어뿐 아니라 미국 문화를 고스란히 체득하게 된다. 그래서 처음에는 대답도 잘 못하던 아이들도 이제 영어교실만 기다린다. 영어교실이 '사랑의 교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김대호기자 dhkim@msnet.co.kr

※ ▶ 버튼을 클릭하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