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대구가 살기 위한 조건

입력 2008-08-13 06:00:23

최근 어느 민간 경제연구소가 우리 경제의 위험예측모델을 분석한 결과 현재 한국경제 위기시계는 '위기 예보'의 초입단계인 '오후 7시'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이 분석에서는 정오를 가장 좋은 시간으로 두고 자정을 최악의 순간으로 보는데, 과거 한국 경제의 위기시계는 외환위기의 정점인 지난 1997년 12월 자정을 가리킨 이후 위기 탈출 중간 과정인 1999년 2월 오전 6시를 나타냈다고 한다.

우리 경제가 위기 예보에 들어서기 직전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징후는 물가·환율상승, 외채 부담, 소비심리 악화, 금융위기 등으로 나타나지만 우리의 인식은 매우 부족한 것 같다. 일본 와세다대학교 경제학부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교수는 최근 언론을 통해 '세계는 뛰고 있는데 한국은 눈앞의 것에 사로잡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苦言(고언)을 했다. 현재 한국은 금융(finance) 연료(fuel) 식품(food) 등 '3F 위기'에 따라 물가상승과 경상수지 적자 확대 등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지만 탈출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세계의 자동차 업계에선 현재 연료전지자동차의 개발을 위한 경쟁과 제휴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도요타와 파나소닉, 닛산과 NEC, 혼다와 산요전기 등 일본기업 간의 제휴뿐 아니라 미쓰비시 자동차와 푸조 시트로앵, 스즈키와 GM 등 국제적 제휴도 활발하다. 앞으로는 자동차뿐 아니라 거의 모든 공업제품에 대해 엄격한 환경기준이 적용되는 만큼 환경 관련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 선진국들이 이미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외국의 주요 도시를 다니다 보면 호텔 이용객의 90% 이상이 외국인들임을 알 수 있다. 대구의 호텔들은 어떤가. 세계 각국에서 온 손님들로 북적거려야 하는데 외국인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지 않은가.

이탈리아의 밀라노에 가보면 전 세계의 가구 전문가들과 패션산업 종사자들이 항상 모여 토론을 벌이고 있고, 관련 제품을 보기 위해 온 외국인들로 붐비고 있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구도 각 산업 분야의 전문가들이 대거 찾을 수 있는 국제 경쟁력을 갖춘 전문 전시회들을 만들고 키워야 한다. 대구의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란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적합한 기업과 인재들이 대구에 몰려야만 대구가 살아날 수 있다. 글로벌 스탠다드는 이제 기업과 도시, 개인의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대구는 지하자원이 풍부한 것도 아니고 교통이 편리하지도 않는 등 여러모로 다른 도시들과의 경쟁에 있어 불리한 면이 적지 않다.

중국의 모든 도시들이 한국을 포함한 세계의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불법이 아니면 무엇이든 도와주겠다'며 기업들을 적극 지원하고 있지만 '규제'로 대변되는 우리의 기업 행정은 과연 어느 정도의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을 극복한 성공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바다와 멀리 떨어진 내륙도시인 안동에서 생산하는 '안동간고등어'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처럼 대구에서도 얼마든지 명품이 나올 수 있다.

대구는 노사관계가 안정되어 있고 해마다 수많은 우수 인재들을 배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른 도시에 비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 같은 장점을 살리려면 모든 기업과 근로자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지방정부는 글로벌화된 인재와 기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세계와 미래를 향해 열린 마음이 없으면 우리는 정체될 수밖에 없다.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미래는 생각보다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대구경북에도 경제자유구역이 조성된다. 하지만 경제자유구역은 단순히 입주기업에 대한 몇 가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100년 이후를 내다볼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정책이 펼쳐져야 하고, 모든 지역민들이 기업 친화적인 마인드를 지녀야 한다. 그래야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기업과 인재들이 대구에 몰려들고 경제자유구역 조성사업도 성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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