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럭셔리 주부

입력 2008-08-11 10:54:32

남자 나이 60세가 넘으면 꼭 필요한 게 건강, 아내, 재산, 취미, 친구라 한다. 반면 60 넘은 여자에겐 재산, 친구, 건강, 애견, 남편의 순서라 한다. 우스갯소리라지만 남자들은 꽤나 자존심 상해할 것 같다. 이보다 더 충격적인(?) 내용들도 있다. 남녀 모두 나이 들어가면서 꼭 필요한 5가지가 있는데 여자는 딸, 돈, 건강, 친구, 찜질방이지만 남자에겐 마누라, 아내, 애들 엄마, 집사람, 와이프라는 것이다.

여자는 나이 들면서 오히려 바깥 활동이며 인간관계도 넓어지는 경향인데 비해 남자들은 대외 활동도 경제적 파워도 크게 위축되기 쉽다. 게다가 아내가 없으면 모든 것이 정지되기 일쑤다. 나이 든 남편에게 아내는 '당신은 나의 모든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우스개들을 듣노라면 최근 TV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 한자(김혜자 분)의 입장이 조금은 이해된다. 60대 초반의 평범한 전업주부가 어느 날 갑자기 "40년 동안 며느리, 아내, 어머니로 살면서 쌓이고 쌓인 화가 넘쳐 뿔이 됐다"며 더 늦기 전에 혼자 한 번 살아보고 싶다고 가출했다. 1년간의 한시적 분가를 감행한 그녀를 향해 일부 네티즌들은 "너무 이기적"이라며 비판하나 하면 한쪽에선 "너무 너무 이해된다"며 부러워한다.

그런데 요사이 미국에서는 드라마 속 한자가 그토록 무겁게 여기는 專業主婦(전업주부)로 회귀하는 고학력'전문직 여성들이 늘어나는 추세라 한다. '주부 행복의 비밀'의 저자 스콧 핼츠만 박사도 "지난 몇 년간 가정을 지키기로 결심한 고학력'전문직 여성들이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기혼 여성 6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10% 이상의 여성들이 아이도 없이 가정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자녀 문제 때문에 일을 포기했던 과거와는 확실히 다른 양상이다.

존스 홉킨스 의대의 정신치료사 다니엘 부치노는 한 술 더 떠 "집에 있는 여성이 '신분의 상징'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한다. 맞벌이로 일할 필요가 없을 만큼 여유가 있기 때문에 경제적 압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는다. 전업주부로 돌아가는 직장 여성들, 또 다른 '럭셔리 주부들'의 탄생인가.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