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뜬구름 답변' 국회의원들에 허탈

입력 2008-08-11 08:32:48

'국회위기관리포럼' 회원인 한나라당 공성진·강석호·장광근·김영우·현경병·김을동 등 국회의원들이 지난 8일 영덕농업기술센터에서 농업인 간담회를 열었다.

국회의원들은 이날 농·어민들의 고통을 정확히 알기 위해 영덕을 찾아 간담회를 마련했다.

하지만 영덕군과 주민들은 많은 의원들이 공식 방문한 자리에서, 영덕의 여러 가지 어려운 현실을 알리고 도움을 구하려고 했다. 농민대표 등은 '수입농축산물의 원산지 표시제 강화'를 주장했으며, 지역 현안인 도로망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영덕은 국내 최고의 교통 오지다. 착공한 지 20년이 넘은 7번 국도를 빨리 완공해야 한다. 동서6축 고속도로 개통 역시 요원하다. 도로망이 엉망이어서 서울로 농산물을 팔려 해도 6, 7시간 이상 걸려 정말 어렵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답변은 심한 반감을 샀다. "농산물 운송시간을 탓해서는 안 된다. 오지투성이인 미국을 보라. 농민들도 시야를 넓혀야 한다. 미국에 농토를 구입하는 등 첨단 기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등의 뜬구름 잡는 대답으로 군민들을 허탈하게 만든 것.

이번 영덕·울진 민생탐방은 과거 국회의원들이 지역 방문 때 자주 벌이던 폭탄주 술자리나 골프 투어도 없었고, 공기업의 고급 양주 제공도 사절하는 등 매우 건전한 일정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역과 지역민들의 어려움을 헤아리려는 마음이 부족한 것처럼 보였다. 우리 사회의 엘리트인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주관 속에서만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과연 국민의 아픔을 알 수 있을까?

차라리 예전처럼 '립 서비스'라도 하고 갔으면 나았을 것이다.

영덕·박진홍기자 pj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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