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인사이드] 명암 엇갈린 NBA출신 기수들

입력 2008-08-11 08:34:38

미국프로농구(NBA)는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프로농구 리그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NBA 출신들이 각국의 기수로 등장, 화제를 뿌렸다. 널리 알려진 선수들일 뿐 아니라 대체로 키도 큰 덕분에 당당함을 상징하기에는 그만이기 때문. 개막식에서 이들은 시선을 한몸에 받았지만 10일 시작된 남자 농구 경기에서는 각자 희비가 엇갈렸다.

미국 대표팀에 선발된 코비 브라이언트와 LA 레이커스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파우 가솔은 스페인의 에이스. 기수로 개막식에 나섰던 가솔(11점)은 루디 페르난데스(16점), 호세 칼데론(13점)과 함께 그리스 격파의 선봉에 섰다. 초반 잠시 그리스의 강력한 수비에 막히는 듯했으나 스페인의 날카로운 창은 그리스를 압도, 81대 66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름의 첫 글자에 빗대 구소련이 낳은 최고의 돌격소총 'AK-47'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안드레이 키릴렌코(유타 재즈)도 러시아의 기수답게 맹위를 떨쳤다. 키릴렌코(15점 5리바운드)와 미국에서 귀화한 가드 JR 홀든(19점)의 활약을 앞세운 러시아는 지난해 유럽선수권대회 챔피언답게 이란을 71대 49로 대파, 가볍게 첫승을 신고했다.

독일의 개막식 기수는 댈러스 매버릭스의 스타 덕 노비츠키. 아프리카 챔피언 앙골라를 상대한 노비츠키는 213㎝의 큰 키에도 불구하고 중·장거리슛이 정확한 포워드라는 평가답게 23점 6리바운드로 독일을 95대 66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노비츠키는 경기 후 "같은 B조인 스페인과 곧 맞서기 때문에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여서 더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반면 2004년 아테네올림픽 챔피언 아르헨티나의 기수 마누 지노빌리(샌안토니오 스퍼스)는 19점을 넣으며 분전했으나 동유럽의 강자 리투아니아에 팀이 75대 79로 패해 고개를 숙였다. 공교롭게도 리투아니아의 기수 역시 NBA(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서 뛴 경험이 있는 사루나스 야스케비시우스(10점 4리바운드)였다.

경기를 마친 뒤 지노빌리는 "리투아니아에게 많은 슛을 허용한 것이 패인이다. 수비에서 많은 실수를 범했다. 리투아니아의 장거리슛은 정확했으나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며 "첫 경기에서 패한 것은 낯선 경험이다. 하지만 우리는 점점 좋아질 것이고 마지막까지 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테네대회에 이어 두번 연속 중국의 기수를 맡은 야오밍 또한 중국이 우승후보 1순위 미국에 70대 101로 패하는 바람에 고국 팬들과 함께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개막식에서 이들은 각기 다른 국기를 들었으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서로 친분을 과시했다. 하지만 조국의 국기를 달고 뛰는 올림픽에서는 양보 없는 사투를 벌여야 한다. 마지막에 웃는 자가 누가 될지 궁금해진다.

베이징에서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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