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텔, 주거용 원룸으로 편법 운영

입력 2008-08-11 08:36:31

발코니·화장실·침대·취사도구까지 갖춰

공부하는 공간인가, 주거용 룸인가.

최근 고시생들을 위해 고시원이나 독서실의 환경을 대폭 개선한 고시텔이 원룸과 같은 주거공간으로 편법 운영되면서 문제점을 낳고 있다.

고시텔은 크기가 3.3㎡(1평 규모) 안팎이었던 쪽방 형태의 고시원과는 달리 가로 2.5m, 세로 3.5m 크기의 방에 TV, 소형냉장고, 에어컨, 침대 등을 갖추고 있으며 화장실과 세탁시설까지 갖춘 곳도 많다. 이 때문에 직장인들이 단기 자취방처럼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보증금과 전기료 등 비용 부담이 만만찮은 원룸에 비해 인기가 높다.

고시텔은 자유업종인 독서실로 규정돼 있어 안전지도 등 사전 행정관리가 곤란하다. 일부 고시텔이나 고시원의 경우 직장인, 근로자, 외국인 등의 주거시설로 변질되면서 취사나 음주, 흡연 등이 자유롭게 이뤄져 화재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주차장 규정이 원룸에 비해 까다롭지 않다는 점도 고시텔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원인이다. 방 내부에 화장실과 세탁기까지 갖춘 대구 북구 산격동 한 고시텔의 경우 8㎡(약 3평) 남짓한 방이 30개가 넘지만 주차시설은 고작 4면이다. 입주자 대부분이 직장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턱도 없는 주차면수다. 건축법상 독서실은 근린생활시설에 포함돼 150㎡당 1면의 주차시설을 확보하면 되고 원룸은 1가구당 1면의 주차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경북대 등이 있는 산격동과 칠곡지역 등 북구지역에만 올 들어 20여곳의 고시텔 신축허가가 난 상태다. 일부 업자들은 독서실 용도로 공사를 해 준공검사를 받고 난 뒤 리모델링을 통해 고시텔로 바꾸고 있다. 업자들이 관련 규정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고시텔 관련 규정을 주거시설로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가 높다.

북구청 건축주택과 관계자는 "고시텔에 발코니, 화장실, 취사도구 등이 들어갈 수 없도록 막고 있지만 건물주들이 준공검사 후 형태를 바꾸고 있다"며 "좁은 공간에 여러 개의 방이 붙어 있는 만큼 대형 화재를 예방하려면 관련 규정을 새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고시원협회에 따르면 전국의 고시원은 6천여곳으로 이곳에 사는 이들의 70% 이상이 직장인이나 일반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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