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비서 경험 책으로 출간 전성희 대성산업 이사

입력 2008-08-11 06:00:00

'명품 비서' 자격 생긴다

"인터뷰를 즐겁게 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전성희(64) 대성산업 이사는 인터뷰를 마친 뒤 최근 펴낸 자신의 저서 '성공하는 CEO 뒤엔 명품 비서가 있다'의 맨 앞장에 이 같은 문구를 적어 기자에게 선물로 전해줬다. 적지 않은 인터뷰를 했지만 '즐거웠다'는 말은 처음 듣는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에 전 이사의 인터뷰 내용을 복기하자 즐거웠단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비서는 그저 겉모양만 예쁜 회사의 꽃이 아닙니다. 외모만으로 비서직을 잘 수행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일을 가려서도 안 되고 닥치는 일이면 뭐든지 해내야 합니다. CEO가 대를 이어가며 늙은 비서를 채용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지요. 그러려면 일에 미치고 또 그 일을 즐겨야 합니다. 그래야 비서로서 명품 비서가 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는 겁니다."

지난 1979년부터 30여년째 김영대 대성그룹 회장을 모셔 '왕언니 비서' '비서계의 대모'란 별명도 갖고 있는 전 이사는 인터뷰를 정말로 즐겼다. 그래서인지 말이 길었다. 한가지 질문에 10분 이상씩 답변한 경우도 많았다. 30년간의 깐깐한 비서생활로, 성격마저 철두철미할 것이란 선입견이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어머니이자 아내로서의 모습도 보였다. 혈액암으로 작고한 심재룡 전 서울대 교수였던 남편을 거론할 때 그의 얼굴에서 그늘을 볼 수 있었다. "2003년 9월 28일 입원해서 이듬해 10월 20일까지 228일간 간호했습니다. 남편이 너무 잘해 줘서 공주병에 걸릴 정도였는데…." 말끝을 흐렸다.

미국시민권자인 1남 1녀의 자식들 중 아들은 군대에 갔고, 같은 회사에 근무하던 딸도 캘리포니아 건축사시험 합격을 눈앞에 두고 있어 곧 미국으로 떠나 보내야 한다. "출국하는 날 공항에서 딸도 나도 부둥켜안고 펑펑 울 것 같다"며 벌써부터 걱정했다.

국내 비서 중 가장 성공한 케이스여서 '돈은 좀 벌었느냐'고 물으니 '우문'이라고 핀잔을 줬다. "돈벌려면 약사를 했지요. 지금까지 엄마, 며느리, 아내, 비서 등 1인 4역을 하면서 정신없이 살아온 게 전부예요." 그는 이화여대 약학과 출신으로 약사 자격증도 갖고 있다.

돈 대신 그가 얻은 것은 '명품 비서'란 타이틀이란다. 최근 책을 펴낸 이유도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재산(?)을 나줘주기 위해서다. 이번에 출판한 책에는 30년간의 비서생활을 집대성한 것으로 자신의 노하우와 비서의 자질 등이 요약돼 있다. 일부 언론은 '비서학의 새로운 방식의 교과서'라고 호평하기도 했다.

명품 비서란 표현에 대해 전 이사는 "부자들이 쓰는 명품이 아닙니다. 장인정신이 깃든 30년을 써도 즐거운 애장품과 같은 뜻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비서라는 직책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방법이 없나 고민하다가 명품이라는 단어를 쓰게 됐습니다."

출판을 계기로 전국에서 강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주로 비서와 비서를 희망하는 이들이 대상이지만 일반인들의 참여도 많다. 이미 서울 교보문고와 STX 등 기업체 특강에선 수백명이 몰려 전 이사에게 박수를 보냈다. 오는 13일에는 대구 교보문고 문화이벤트홀에서 특강을 한다. "이번이 생애 첫 대구 방문이라서 더욱 긴장된다"고 했다.

특강에선 ▷인맥관리·형성 ▷의사조정 ▷명품비서 아이템 10가지 등 비서의 자질에 대해 설명한다. 하지만 그의 특강엔 빠지지 않는 한가지가 있다. 바로 가족이다. "가족과 일은 절대로 경쟁 상대가 아닙니다. 가족이 항상 우위에 있다는 말이죠. 이혼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가족은 항상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재충전의 장소가 되어야 합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