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고액 알바' 신약 임상 시험

입력 2008-08-09 06:00:02

▲ 신약 개발에 있어 필수 과정인 임상시험은 생체실험이기에 위험성도 높다. 그만큼 시험 과정에 윤리성도 요구된다.
▲ 신약 개발에 있어 필수 과정인 임상시험은 생체실험이기에 위험성도 높다. 그만큼 시험 과정에 윤리성도 요구된다.

'임상 시험 참가자 모집'

최근 신문에 실린 광고가 눈길을 끌었다. 경북대병원이 낸 광고다. 경북대병원 지역임상시험센터 홈페이지에도 이 같은 공고가 내걸렸다. '위식도 역류질환과 렙틴과의 연관성을 평가하는 임상시험에 참가할 지원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임상시험은 신약을 개발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제약회사나 연구기관에서는 임상 시험 참가자들을 모집한다. 환자로서는 출시되기 전에 신약을 먼저 써볼 수 있고, 일반인이라도 꽤 짭짤한 참가 사례비를 챙길 수 있어 '신종 아르바이트'가 되고 있다.

한국은 임상시험 연구인력과 인프라 수준이 상당히 높은 곳이다. 그러다 보니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진출이 급증하면서 한국은 임상시험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피험자 모집도 쉬운 편이라고 한다. 임상시험은 어떻게 이뤄지며 위험하지는 않나?

◆신약개발 위해 불가피한 '생체시험'

'임상시험(Clinical Trial/Study)'이란 의약품(시술법·의료기기도 포함됨)의 안전성·유효성을 확인하고 이상 반응을 조사하기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시험 또는 연구를 말한다. 임상시험은 제약사의 의뢰로 시작된다. 임상시험은 식약청 규정에 따라 CTC(임상시험센터)라고 불리는 정해진 기관에서만 실시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경북대 CTC를 비롯해 전국에 119개소가 있다.

일반인이 참가하는 임상시험은 주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생동성 시험)이다. 판매 중인 약과 카피약(복제 의약품)이 동일한 효능을 보이는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과정. 그래서 신약 임상보다는 위험성이 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북대 CTC의 관계자는 "신약개발은 주로 해외의 메이저 제약회사들이 하기 때문에 생동성 시험 위주인 국내에서는 사망 사례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임상시험 계획이 잡히면 CTC는 지원자 모집공고를 통해 피험자를 모집한다. 경북대 CTC에 따르면 연구의 성격에 따라 20세부터 55세까지의 성인이 대상이 되지만 보통 25세 전후의 젊은이들이 많이 참가한다. 그 중 70~80%가 남성이다. 생동성 시험은 일종의 '고액 알바'로 알려져 있어 취업난과 등록금 인상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생들이 많이 참여한다.

임상시험 아르바이트를 소개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있다. 가입자가 1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다. 실제로 단순한 생동성 시험의 경우 1주일에 2, 3일 두세차례 합숙하며 채혈하면 참가자에게 기본적으로 25만원이 주어진다. 정도나 기간에 따라서는 70만원 이상, 많게는 100만원 이상을 버는 참가자들도 있다. 그러다 보니 임상시험 단골 피험자도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 한번 임상시험에 참여하면 3개월 동안은 다른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없다. 임상시험 참가자의 정보는 보건복지가족부에 성과 이름의 영문 머리글자와 주민등록번호 앞자리가 등록된다.

◆부작용 발생 위험도

CTC는 신청자 가운데 키, 몸무게, 혈압, 심전도 검사 등을 거쳐 임상시험 목적에 따라 적합한 피험자를 선별한다. 피험자가 정해지면 담당 의사가 이들에게 임상시험에 대한 설명을 하고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 등을 확인한다. 임상시험의 윤리성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으로 이후에야 피험자들로부터 임상시험 동의서에 서명을 받는다.

임상시험 과정은 단조롭다. 피험자는 병원 피험실에 머무르며 정해진 시간에 취침과 기상을 하고 병원식을 먹으며 채혈하는 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CTC 측은 만화책에 텔레비전, 게임기까지 구비해 지루함을 덜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임상시험에는 분명 부작용 발생의 위험이 있다. 시판 중인 약품과 성분 차이가 거의 없다는 생동성 시험이라고 안심할 수 없다. 특히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 그 중에서도 항암 치료제의 경우 치료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만큼 부작용의 위험도 높다. 식약청이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형근 위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임상시험 중 이상약물반응으로 사망한 환자는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37명이었다. 이 중 8명의 환자가 시험약물이 원인이 돼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상약물반응 보고 건수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임상시험센터는 한방에도 있다. 대구한의대 부설 대구한방병원 내에는 한방임상시험센터가 설치돼 있다. 지난 2004년 전국 최초로 설립돼 운영 중이다. ▷한방 효능을 과학적으로 정립 ▷국제경쟁력을 갖춘 한방 치료기술 확보 ▷한방신약 개발 등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 2건의 임상시험이 완료됐고 서너건이 심사 중에 있다. 센터 측에 따르면 아직 인프라가 부족해 한방임상시험이 완전히 활성화 단계는 아니라고 한다. 행정지원실의 주대동씨는 "임상시험은 보통 제약회사 의뢰로 실시되는데, 한방업계는 업체들이 영세해서 아직 수요가 많지 않다. 정부가 2017년까지 5천3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 개선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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