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시보건소, '계영배'로 건전 음주문화 앞장

입력 2008-08-08 08:41:07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니라(過猶不及)….'

영주시 보건소(소장 임무석)가 건전한 음주문화를 정착시키고 절주(節酒)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모범음식점에 계영배(戒盈杯)란 독특한 술잔을 보급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계영배'는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을 경계한다'는 뜻이 담긴 술잔으로 술이 70% 이상 차면 술잔 밑에 있는 구멍을 통해 흘러내리게 만든 잔. 잔 가운데 기둥 안에 숨어있는 빨대를 구부린 듯한 관이 바닥에 뚫린 구멍과 연결돼 술이 넘치면 관 안쪽과 바깥쪽의 압력차로 인해 기둥 밑의 구멍으로 흘러나가게 설계되었다.

옛 조상들은 계영배를 통해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경계하고 자신의 분수에 맞게 자족(自足)할 줄 아는 삶의 지혜를 교훈으로 남긴 것이다. 이 같은 계영배는 오늘날 국내외 정·재계 인사들의 행보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도 지니고 있다.

미국 국무부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과거 베이징 회담에서 과다한 요구를 거듭하는 북한 측에 대해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선물한 계영배의 의미를 떠올리며 지나친 요구를 하지 말 것을 설득한 일이 외교가의 화제가 되었다. 또 삼성그룹 임원에서 농심의 최고 혁신경영자로 자리를 옮긴 손욱 회장 역시 사무실 책상 옆에 계영배를 두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CEO로서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은 경영철학의 비법이 바로 계영배의 가르침에 있었다는 것이다. 즉 '회사 스스로는 70%밖에 채울 수 없다는 생각과 나머지 30%는 고객이 채워준다는 현실, 그리고 늘 시장에 겸손해야 한다'는 교훈을 계영배를 통해 배웠다는 것.

영주시 보건소는 이달부터 지역의 모범음식점 76곳에 계영배를 시범 보급하고 시민들의 절주운동을 유도할 계획이다. 임무석 보건소장은 "시민들에게 지나친 음주로 인한 폐해를 널리 알리고 '술 문화'에 있어서도 '중용의 철학'을 일깨우는 데 계영배를 십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