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베이징] 올림픽 여는 베이징의 '명과 암'

입력 2008-08-07 09:13:38

"중국인들은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해요. 많은 이들이 올림픽 자랑에 열을 올리지요. 수업 중에도 올림픽 관련 동영상을 종종 보여주고 시험 문제에서도 올림픽 관련 문제가 많이 나옵니다."

중국 대외경제무역대에 재학 중인 염지혜(22·여)씨는 도시 풍경도 지난해와 많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도로가 넓어지고 공항이 새로 들어섰으며 거리의 간판이 일제히 정비되는 등 도시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던 과일, 야채 등을 파는 노점상들도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다.

우리나라가 1988년 서울올림픽을 도약의 계기로 삼았던 것처럼 중국 역시 베이징올림픽을 치르며 시민의식과 국가 이미지 개선 등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선진국 진입을 꿈꾼다. 하지만 겉모습은 화려하게 변하고 있으나 한꺼풀 속내를 들여다보면 아직 갈길이 멀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베이징에는 새로운 도로와 건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을 뿐 아니라 승용차 홀짝제를 시행하면서 악명 높던 교통 정체 현상도 많이 해소됐다. 2년 전 취재차 베이징을 찾았을 때보다 거리도 한결 깨끗해졌다. 세계 최대 스포츠 축제를 치르는 베이징 시민들로서는 콧대가 높아질 만한 일이다.

그러나 베이징의 서민들과 다른 지역 사람들, 여행객에게는 그리 반가운 올림픽만은 아니다.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오른 물가, 인위적인 교통 통제와 많은 검문·검색 등으로 일상 생활과 여행에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베이징의 한 교민은 시민 의식과 서비스 역시 예전과 달라진 점이 별로 없다고 했다.

3성급 호텔에서 하루 묵는 데 우리돈 30여만원을 받는 등 치솟은 물가는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베이징 외곽 지역에 산다는 왕징씨는 "지난해보다 물가가 최소 3배에서 10배까지 오른 것 같다. 사정이 이런데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돼지고기라도 마음 놓고 사먹을 수 있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교통 통제로 다니지 못하는 길이 많고 새로운 도로가 여러 곳 생겼는데 운전이 생업인 택시 기사들마저 이 같은 정보를 잘 꿰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다. 택시 기사가 차에서 내려 주민들에게 길을 묻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테러 방지를 위해서라지만 지하철을 탈 때조차 검문·검색을 받아야 한다는 것 역시 상당히 불편한 일.

올림픽이 중국인, 특히 베이징 시민 일부만이 즐기는 잔치라는 비판도 있다. 한 유학생은 "대규모 공사를 위해 상경한 많은 시골 출신 노동자들은 올림픽 때 베이징에 발을 들여놓지 못한다고 한다. 그것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중국인이 많은데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외국인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려는 상술도 여전하다.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에서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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