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바람직한 공연장 건립

입력 2008-08-07 06:00:00

▲금동엽 관장
▲금동엽 관장

대구는 서울을 제외한 다른 도시들에 비해 가지고 있는 공연장의 수가 많다는 점에서는 자랑스럽지만 내용에 있어서는 그렇지 못한 듯하다. 왜냐하면, 지역 문화예술회관들의 외관은 비교적 괜찮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기능은 능률적이지 못하거나 운영방향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는 것은 사전에 수요조사나 운영방향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최종사용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채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공연장의 건립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공연장은 복잡한 음향기술과 무대기술 등이 포함되어 설계와 건축이 아주 까다로우므로 바람직한 공연장 건립을 위해서는 초기단계에서 완공 때까지 건축가뿐만 아니라 무대 기술자와 공연장 운영과 관련된 다양한 전문 인력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사전 단계에서 관련 전문가의 개입이 충분하지 못하거나 일관성이 없이 단기간에 이루어진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문화예술회관 설계를 공모한다면 능률적인 건물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공모를 통해 공연장 설계를 선정하는 경우, 심사위원들은 대개 기능적인 면보다는 외관이 뛰어난 응모작을 선정하는 경우가 많아 완공 후 운영과정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을 수 있다.

따라서 공모를 통해 공연장을 건립할 경우에는 사전에 시장 수요, 가용 건설부지, 재원조달방법, 건축비, 그리고 운영비 등에 근거한 충실한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 단계에서 건축비를 잘못 산정하면 나중에 추가 재원을 새로 확보해야 한다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부족한 건축비로 인해 설계변경을 할 수밖에 없으며 결과적으로 건축물의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무대장비나 시스템의 질적 저하가 따른다.

앞서 지적한 우리의 경우와는 달리 선진국의 공연장 건립은 치밀하고 체계적인 사전 계획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다. 일본 제2국립극장인 도쿄의 '신국립극장'을 예로 들면, 1997년에 완공된 복합문화공간이지만 극장건립을 위한 위원회가 구성된 것은 이보다 훨씬 이전인 1972년이었다. 공사는 1992년에 시작되었지만 건립 부지는 그보다 11년 전인 1981년에 선정되었다. 운영위원회는 1987년에 발족되었으며, 개관을 준비할 특별위원회는 1991년에 설립되어 극장이 완공되기 5년 전인 1992년에 이미 공연계획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렇게 공연장 건립을 두고 두 나라가 접근하는 방식을 보면 요즈음 논란이 되고 있는 독도에 대해 그동안 한국과 일본이 접근해왔던 방식과 별반 다르지 않는 것 같아 씁쓸하다. 공연장 건립은 공연활동이 비를 맞지 않도록 하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혹시 앞으로 새로운 공연장을 대구에 건립할 계획이 있다면, 질 높은 기본계획의 수립이 수준 높은 공연장을 만드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금동엽(동구문화체육회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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