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가 엉망이다. 미국 쇠고기 협상을 핑계로 42일 만에 겨우 문을 연 뒤 의장단만 뽑아놓고 여태껏 상임위조차 구성 않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아무 일도 않고 임기 개시 두 달이 넘도록 빈둥대고 있는 것이다. 입학식만 해놓고 반 편성을 안 해 학생들이 교실 바깥에서 어슬렁거리는 꼴이다. 보다 못한 한 시민단체가 엊그제 세비만 타먹고 있는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많은 국민도 같은 심정일 것이다.
국민의 원성이 이런 데도 여야는 서로 상대 탓에만 빠져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31일 여야 원내대표가 상임위 배분과 장관 인사청문 특위 구성에 합의했으나 청와대가 깼다는 주장이다. 그간 국회 개원과 상임위 배정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과 밥그릇 싸움을 지켜본 바로는 실없는 소리다. 민주당은 촛불시위를 따라다니느라 제때 등원하도록 한 국회법을 어긴 것도 모자라 총선 민의에 따른 원내세력 기준이라는 상임위 원칙을 쇠고기와 연계한 힘 겨루기로 변질시켰다. 당리당략을 위해 국회법 위반 따위는 대수롭잖게 여기는 태도다.
더욱이 장관 인사청문회의 정상적 진행을 무산시켜놓고 이제 와 새로 특위를 만들어 청문을 해야한다는 것은 어이없다. 법대로라면 지난달 11일 청와대가 요청한 감사원장과 3명 장관에 대한 청문회는 20일 내에 끝냈어야 했다. 그런 직무유기를 저질러놓고 청와대가 내일 3명 장관에 대한 임명 절차를 밟는다 해서 딴소리를 하며 반발하는 것은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화를 내야할 쪽은 새 장관들에 대한 검증 기회를 갖지 못한 국민들이다.
172석을 가진 거대여당으로서 의회를 매끄럽게 주도하지 못하는 한나라당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무기력과 무능으로 산적한 민생 현안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답답하다. 국회에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할 고유가 고물가 대책, 경제 활성화 대책이 수백 건에 이르고 있다. 한나라당이 정치력을 발휘해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생명력을 갖는 법안들이다. 여야 모두 밥값 좀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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