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는 영그는데 인걸은 간데없네
'상주 포도 성공신화의 주역들이 사라졌다!'
상주농업 20년의 산 증인들을 잃은 상주와 농업인들이 깊은 슬픔에 잠겼다. 4일 서울역에서 열린 '포도-Day' 행사에 참석한 후 상주로 내려오던 이정문(61) 서상주농협 조합장과 이춘하(52) 모서농협 조합장이 고속도로 교통사고로 어이없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고인들의 빈소가 마련된 상주장례식장을 찾은 조문객들은 "상주지역 포도 대부(代父)들이 사라졌다"고 안타까워했다. 포도 생산농 김정환(63·상주 모동면)씨는 "두 조합장들에게 포도는 삶이었고 희망이었다"며 "두 분의 죽음이 도무지 믿기질 않는다"고 했다.
고 이정문 조합장은 서상주농협의 역사로 평가된다. 20여년을 조합장으로 일해 오면서 이 지역에서 생산된 포도를 전국 최고 명품으로 만드는 데 일생을 보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름없는 지역의 포도를 끊임없는 노력 끝에 체계적인 생산과 농협 계통출하를 통해 고소득 작목으로 이끌어올린 것이다.
그 같은 열정으로 국내 최초로 주한미군 용산기지 매점과 일본 오키나와 기지 매점 등에 상주포도를 납품해 미군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등 꾸준한 품질관리로 상주 포도를 '명품'으로 만들었다. 게다가 지난 6월까지 농협중앙회 이사를 맡아 상주뿐 아니라 경북지역 농협과 농업 발전에도 적잖은 일을 해 왔다.
고 이춘하 모서농협 조합장도 포도 명품화와 지역농협 경쟁력 확보에 기둥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3년 6개월간 지역 집하장을 설치해 고품질 농산물 생산과 체계적인 유통·관리에 앞장서 왔으며, 농협주유소와 농협 하나로마트를 설치하는 등 조합원과 농민들을 위한 환원사업에도 노력해 왔다.
특히 고인들은 지난 2006년 모동면과 모서면 등 포도집산지인 상주의 5개 지역을 '고랭지포도특구'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포도 생산농가들을 대상으로 기술교육과 공동선별 및 공동출하 등 고품질 포도 생산기반을 만드는 데 큰 획을 남긴 인물이다.
농협중앙회 설용진 상주시지부장은 "상주포도의 대부들이 황망히 우리 곁을 떠났지만, 상주 농업과 농업인들에게 남긴 꿈과 희망 그리고 불굴의 집념을 오래 기억할 것"이라며 슬퍼했다. 한편 고인들의 빈소는 상주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6일 아침 서상주농협장과 모서농협장으로 각각 장례식이 거행될 예정이다.
상주·이홍섭 엄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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