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허탕, 벌써 며칠짼지…"
일용직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김규열(가명·42·달서구 본리동)씨는 앞날을 생각하면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지난해 뒤늦게 얻은 쌍둥이 우유값이라도 대려면 무슨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이를 악물어보지만 마음뿐이다.
"오늘도 허탕쳤어요. 벌써 4일째 일감을 얻지 못했어요."
김씨는 4일 평소보다 30분 이른 오전 5시부터 대구 달서구 일대 직업소개소를 다녀봤지만 일거리를 찾지 못했다. 요즘은 겨우 일주일에 한두번 작업차에 몸을 싣는 것으로도 만족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전 6시까지 그날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하루가 허탕이다.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일주일 내내 일당을 쥐어보지 못한 적도 있다.
김씨는 "1년 전만 하더라도 소개소만 찾으면 인력을 구하려는 고용자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일자리가 그야말로 씨가 말랐다"고 했다.
박정순(44·여·중구 남산동)씨도 일거리에 목말라 있기는 마찬가지. 고2 딸의 학비라도 보태려고 지난해 말부터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주방보조일을 했는데 한달 전 주인이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가게문을 닫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었다. 건물 청소나 가정부 일이라도 해보려고 한달 내내 직업소개소를 전전했지만 헛품만 팔았다.
박씨는 "청소부의 경우 일당에서 소개비를 떼지만 그래도 하루 3, 4만원이라도 벌려고 쫓아다녔는데 사람 구하는 곳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대구 달서구의 ㅅ인력개발 K소장은 "식당 일, 건물 청소, 건설현장 막노동 등 임시·일용직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이 하루 수십명씩 들르지만, 절반 이상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린다"고 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대구의 임시·일용직 근로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천500명이 줄었다. 2/4분기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돼 3만5천3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의 영향을 많이 받는 건설업이나 식당 등 영세 서비스업체들이 고용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하루하루 받은 임금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일용직 근로자들의 삶은 벼랑끝에 내몰리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 5년간 일했다는 이우혁(45)씨는 "일거리를 찾지 못하면 그날은 굶어야 하는 것"이라며 "가진 것이 없다 보니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도 없어 살길이 막막하다"고 했다.
건설협회 대구지회 최서락 사무처장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대구의 건설경기 부진이 일용직 노동자들의 일자리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전국적인 추세여서 경기 먹구름이 언제 걷힐지 모른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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