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배달족 질주하는 야외공원 '위험 천만'

입력 2008-08-04 08:44:07

2일 오후 9시쯤 대구 두류공원 야외음악당. 열대야를 피해 공원을 찾은 수천여명의 '돗자리족'들로 음악당 앞 잔디밭은 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가족단위 피서객들은 돗자리에 원터치 모기장까지 설치했고, 어린이들은 그 사이로 와르르 뛰어다니고 있었다. 잔디밭에는 이미 돗자리 하나 더 깔 공간도 찾기 힘들었지만 수십대의 오토바이가 곳곳을 누비며 위험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치킨, 피자, 족발 등 간식거리를 배달하는 오토바이들은 사람들 사이를 달리며 음식을 전하고 주문을 받느라 여념이 없었다.

갑자기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고성이 오갔다. 달리던 오토바이에 한 남자가 부딪힐뻔한 것. "도대체 운전을 어떻게 하는 겁니까!", "갑자기 들어온 사람이 누군데요!" 오토바이로 인해 벌어진 이 같은 설전은 이날 밤에만 몇 차례나 눈에 띄었다.

두류공원 야외음악당, 월드컵 경기장 야외공원 등 대구시민들이 열대야를 피해 즐겨 찾는 도심 공원들이 '배달오토바이'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곳들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오토바이, 자전거 등 이륜차의 통행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입구의 이륜차 금지 푯말은 무시된지 오래. 배달 오토바이들이 발디딜 틈 없이 복잡한 공원을 곡예하듯 달리며 아찔한 상황을 곳곳에서 만들고 있어도 이를 제재하는 손길은 찾아볼 수 없었다.

통닭을 배달하던 한 업주(42)는 "여기서는 배달 시간이 곧 돈이다"며 "배달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다른 가게에 손님을 빼앗기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주는 "가로등이 어두운 곳, 어린이들이 많이 뛰어다니는 곳 등에서는 최대한 조심하지만 모두 서행하다가는 하루 매상을 망치기 때문에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시민들은 걱정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김지원(37·달서구 두류동) 씨는 "키가 작은 어린아이들이 오토바이에 부딪힌다면 큰 일 아니냐"며 "일부러 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돗자리를 깔았다"고 말했다. 다섯살 된 딸과 함께 왔다는 이진연(34·서구 평리동)씨는 "아이가 뛰어다니고 싶어 해도 위험해서 떼놓을 수가 없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의 관리 직원들이 퇴근을 하는 오후 10시를 넘어서자 오토바이들은 더 많이 다니기 시작했고, 자정이 가까워지자 폭주족들까지 음악당 북쪽에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해 모터쇼 장인지 공원인지 분간이 잘 되지 않을 정도였다.

이런 사정은 월드컵 경기장 야외공원도 마찬가지. 배달 오토바이들이 공원 곳곳을 질주하면서 인라인스케이트나 자전거를 타는 어린이들과 아슬아슬하게 스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야외음악당 관계자는 "오토바이를 야외음악당 바깥에 대놓고 음식만 배달하라고 해도 업주들이나 종업원들이 잘 듣지 않는다"며 "지속적으로 계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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