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부터 본격 시행 '자연장'…정부·지자체 의지 보여야

입력 2008-08-01 06:00:07

▲ 지난 5월 완공된 서울시 자연장 시범사업 지역. 추모를 할 수 있는 분향대와 정원식 잔디.
▲ 지난 5월 완공된 서울시 자연장 시범사업 지역. 추모를 할 수 있는 분향대와 정원식 잔디.
▲ 1993년 세계 최초로 수목장을 시도한 영국의 경우 자연장이 보편화돼 있다. 영국의 화원형 자연장.
▲ 1993년 세계 최초로 수목장을 시도한 영국의 경우 자연장이 보편화돼 있다. 영국의 화원형 자연장.
▲ 스웨덴은 분골을 공공장소에 묻거나 뿌릴 수 있는 곳을 지정한 뒤, 표시를 하지는 않는다.
▲ 스웨덴은 분골을 공공장소에 묻거나 뿌릴 수 있는 곳을 지정한 뒤, 표시를 하지는 않는다.

지난 5월 자연장 제도가 처음 도입됐다. 장사 시설 확충과 봉안묘 규격 제한, 자연장 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된 것. 하지만 여전히 자연장 제도에 대한 인식은 낮다. 지난해 2월 생활개혁실천협의회가 만 20세 이상 국민 8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37.4%가 자연장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월 26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자연장 제도, 장묘문화 변화상을 살펴봤다.

▶종중·문중 선산, 변화의 중심에 서다.

의성 김씨 용호공파인 김보민(41·여·대구시 수성구)씨는 지난해 경남 합천군의 문중 선산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선산 부지가 공원으로 조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수십 개의 묘비와 함께 우뚝 솟았던 봉분이 자취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대신 200년을 이어온 봉분 자리엔 작은 바위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작은 바위 주변엔 이제 갓 잎새가 돋은 잔디가 깔려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선산이 아닌 공원이었다. 김씨는 곧 친정 아버지를 통해 선산이 자연장지로 변한 것을 알았다. 지난해 돌아가신 할머니의 유언 때문이라는 것이 아버지의 설명. 선산 관리를 힘들어 하던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기존 묘를 이장해 자연장지로 만들라고 권했던 것이다. 기존 묘를 모두 화장한 후 분골을 땅에 묻고 그 위에 작은 바위를 올려 묘라는 것을 표시했다. 그 후 선산은 가족 친척 모두 모여 돗자리를 깔고 편안하게 쉬고 가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대구 경북, 변화를 외면하다.

김씨와 같이 선산을 자연장지로 바꾸려는 이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실제 지난 5월 자연장 제도가 도입된 후 지자체와 보건복지가족부를 중심으로 자연장 설치 방법을 묻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공설 자연장지 조성 계획이 전혀 없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해부터 자연장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마련한 서울(정원형 1만6천구)과 인천(정원 수목장림형 1만구), 광주(정원형 1만9천구), 수원(정원형 1만8천구)에 비하면 저조한 실적이다. 전국 10개 지자체에 기존 공설 묘지를 재개발하는 계획에서도 대구와 경북은 빠져있다. 춘천, 의왕, 익산, 광양, 거창, 남해 등 대구보다 훨씬 규모가 작은 중소 도시도 자연친화형 자연장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대구와 경북은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대구 경북의 수목장(자연장의 한 형태)을 하려는 이들은 수백만 원을 내고 종교단체를 찾아야 하는 형편이다. 영천 은해사와 경주 기림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수림장은 1위당 200만원, 매년 50만원의 관리비를 내야 한다. 나무 한 그루 아래 분골을 묻고 표지를 다는 비용으로는 비싸다는 것이 시민들의 생각이다. 자연장 시설 요금 설문조사에서도 87.4%의 시민들이 20만원~50만원을 적정선으로 내다봤다.

정현미기자

▨ 자연장 제도 Q&A

Q. 자연장의 명확한 의미는?

A. 화장한 골분을 수목과 화초, 잔디 아래에 묻어 장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비용이 저렴하며 토지의 효율성이 높다. 또 공원형태로 조성돼 주민 친화적이며 장사시설의 혐오감이 적어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Q. 자연장지 조성 주체는?

A. 개인과 가족, 종중이나 문중, 종교 단체, 법인 등 누구나 조성할 수 있다. 단, 자연장 조성 관할 지역의 지자체에 신고를 하거나 허가를 받아야 한다.

Q. 자연장(수목, 화초, 잔디) 방법은?

A. 화장한 골분을 지면으로부터 30cm이상의 깊이에 묻되 용기 사용은 원칙적으로 금한다. 단, 용기를 사용할 경우 생분해성수지제품이나 전분 등 천연소재 용기로 생화학적 분해가 가능해야 한다. 비석 대신 표지를 사용해야 하며 사망자의 이름과 생년월일 등을 기록한 표지 면적은 150㎠이하여야 한다.

Q. 자연장지 조성 가능 장소는?

A. 주거지역과 상업지역, 공업지역 등 개별법에서 자연장 조성이 제한되는 지역이 아닐 경우 조성이 가능하다. 관할 지자체나 보건복지가족부(www.mw.go.kr)에 문의를 하면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Q. 자연장 조성에 필요한 행정 절차는?

A. 개인과 가족 명의의 땅에 자연장지를 조성할 경우 조성후 30일 이내에 관할 지자체에 신고를 해야 한다. 개인 가족 자연장지는 면적이 100㎡이하여야 한다. 문중과 종중은 조성하기 전 지자체에 신고해야 하며 2천㎡ 이하의 면적이 가능하다. 종교단체의 자연장지는 3만㎡ 이하, 법인의 경우 10만㎡ 이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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