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의 공연 찍어듣기] 고전 발레의 대명사 '백조의 호수'

입력 2008-08-01 06:00:13

·상트 페테르부르크 국립 아이스발레단 내한공연 / 1~3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토·일요일 오후 3시, 7시/대구오페라하우스

필자가 서울에서 대학입시를 위해서 재수(집안의 반대로 하고 싶어 몸살을 앓던 음악공부를 포기한 채 일반학과 진학을 준비하고 있었음)를 하고 있던 1976년도 가을, 입시준비도 아랑곳않고 국립발레단이 공연하는 차이코프스키의 대표적 발레인 '백조의 호수'를 보기 위해 국립극장을 찾았다. 그 당시 이 공연을 꼭 보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라디오 방송에서 잠시잠시 들어 알고 느끼고 있었던 발레에 대한 흥미로운 상상력 때문이었다. 짤막짤막한 음악들이 나열되듯 진행되어지는 전체 작품의 구성방식이나 춤의 다양한 변화, 어떻게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지, 그리고 발레라는 흰옷을 입고 발끝으로 서서 추는 춤에 대한 막연한 상상력….

그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는 음반(LP)이 아주 귀했기 때문에 수량도 그리 많지 않아서 원하는 작품뿐 아니라 원하는 연주자(지휘자)의 연주가 수록된 음반을 구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더구나 음반이 사치품으로 분류되어 있어서 세금 때문에 음반 값도 만만치 않았던 시절이었으니 추측만으로 전체 음악에 대한 환상을 지닐 수밖에 없어 음악 전체를 듣고, 보고픔이 어린 음악애호가의 마음을 건드렸던 듯하다. 필자는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가지기를 원했던 길쭉하게 생긴 여성핸드백 크기의 파나소닉 휴대용 녹음기를 가지고 가서 공연전체의 소리를 녹음했다. 동영상을 녹화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시대였기에 소리만, 그것도 모노로 현장 녹음한 그 음원을 끌어안고 어떻게 그 답답한 소리를 애지중지하며 들을 수 있었던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의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계는 성음사와 지구레코드사가 라이센스 계약하여 국내에서 출반한 그라모폰, 데카, 필립스, RCA, CBS SONY 등 클래식 음악의 음반 그 자체를 다 합해서 천장정도를 넘을까 말까했다. 그래서 필자의 어린 마음에도 돈이 조금만 있으면 그 판들 몽땅 다 사서 가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공연은 1일부터 3일까지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 있을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국립 아이스발레단(St. Petersburg State Ballet on Ice)의 내한공연이다. 북쪽 얼음나라, 지금 쯤은 백야가 진행되고 있을 추운 지방이기에 가히 꿈이나 꾸었을 만하고, 또한 현실로 만들었을 법한 그냥 발레도 아닌 스케이트를 타고 진행하는 얼음판 발레….

한여름 대구오페라하우스의 무대에 특별히 설치된 얼음판 위에서 펼쳐질 정통 클래식 아이스발레이자 고전 발레의 영원한 대명사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호기심을 가지고 참석해 볼만한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공연이다. ▶공연정보=1~3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토·일요일 오후 3시, 7시/대구오페라하우스/6만6천~2만2천 원/1599-1980.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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