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노른자위 애락원 의혹] (하)팔짱 낀 대구시
"감독 권한이 없기 때문에…."
대구애락원의 위·탈법 경영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지만 감시·감독기관인 대구시는 여전히 팔짱만 끼고 있다. 대구시는 "애락원은 현재 사회복지법인이 아닌 재단법인"이라며 "재단법인은 '정관'만 지키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 간섭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1924년 재단법인 대영나병자 구료회 조선지부유지재단으로 설립허가를 받은 (재)대구애락원에 대해 대구시는 지금까지 여러차례 사회복지사업법을 적용해 지원 관리해왔다. 결국 감시·감독권한을 소홀히 해 책임질 상황에 직면하면 대구애락원을 '재단법인'으로 적용하는 등 행정편의적인 자세로 일관해왔다. 일부에서는 대구시의 책임회피가 부지 처리 및 매각을 둘러싸고 재단이사, 일부 관련자들의 비리를 키워온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필요할 땐 사회복지법인, 책임질 땐 재단법인?=대구시는 지난해 5월 애락원에 대해 특별지도 검사를 했다. 당시 시는 '대구애락원이 사회복지법인으로 전환하지 않고 사회복지시설로 신고하는 것을 불이행하고 있다'고 법인 전환을 권고했다. 애락원 측은 지난 1987년부터 보건복지가족부, 대구시, 서구청으로부터 전환권고를 계속 받아왔지만 여전히 거부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1천500억원대의 재산을 가진 애락원이 사회복지시설로 전환할리 만무하다"며 "시 입장에서는 권고만 할 뿐, 강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애락원 관계자도 "재단운용 재산이 충분한데 사회복지시설로 전환하면 회계감사, 각종 서류 구비 등 많은 간섭을 받을 수 있다"며 "이사회에서도 고려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결국 애락원은 형식적인 재단법인으로 남아 있으면서 관계당국의 감독에서 벗어나 부지 및 재산처분 등을 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법원 판결은 애락원을 사회복지사업법에 적용되는 법인이라고 명확하게 규정한 바 있다. 1987년 대구지법은 애락원이 임시이사 선임신청을 하자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대구시장에게 선임 권한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도 대구시는 애락원에 사회복지사업법을 줄곧 적용, 매년 6천만원가량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1997년 '재단법인 기본재산처분 허가' 당시에도 애락원측에 사회복지사업법 제 25조(현 23조 3항)에 따라 허가했다.
특히 한센병 환자는 사회복지사업법에만 규정돼 있으며 1970년 공포된 사회복지사업법 부칙에는 '민법 제32조의 규정에 따라 설립허가된 사회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법인은 이 법에 의해 설립된 법인으로 본다'는 규정까지 있다.
그러나 애락원 관계자는 "대구시가 지난해 대구지검에 이사장을 사회복지법 위반으로 고발했는데 '재단법인에 대해 사회복지법을 적용한 것은 혐의없음'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며 "애락원은 재단법인인 만큼 재산처분, 수익사업 등에 이사회 의결을 거치면 별 문제가 없다"고 했다.
◆대구시가 나서라=지난 1951년 재단법인으로 발족한 한센인 수용시설인 안동성좌원은 1988년 사회복지법인으로 전환했다. 1956년 출발한 전남 여수의 애양원도 같은 시기에 사회복지법인으로 전환했다. 애락원만 재단법인을 고수하고 있다. 재단이사를 파견하는 지역 기독교계 안팎에서는 대구시가 법인 전환을 위한 의지가 없으며 감시·감독을 게을리해 방어 위주의 정책만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각종 비리로 얼룩진 대구애락원이 정상운영되기 위해서는 대구시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시는 명확하지도 않는 법 조항만 내세우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인상이 역력했다. 김범일 대구시장도 지난 22일 시민·사회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애락원 비리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재단법인이라 시의 관리감독에 한계가 있다'는 뉘앙스로 답변했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대구애락원은 재단법인이지만 각종 사업에 대해서는 사회복지사업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대구시가 법인 전환을 권고하고 있는데도 계속 무시한다면 고발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대구시의 의지부족이라는 얘기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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