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예술 마케팅

입력 2008-07-31 06:17:17

마케팅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광고와 홍보 또는 판매 촉진 활동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예술마케팅에서도 마찬가지다. 민간 영역의 뮤지컬 제작사이든지, 기획사이든지, 공공영역의 공립문화예술회관이든지, 예술단체이든지 간에 마케팅 활동으로서 예술소비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에만 주력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예술마케팅의 중요한 기능은 예술소비자들에게 필요로 하고 또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알아내고 예견하여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이다. 따라서 광고나 판촉활동만큼이나 마케팅 기능으로서 조사나 기획이 중요하다. 여기서 예술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알아낸다는 의미는 그 결과를 바탕으로 대중과 영합하여 대중의 수준에 맞춘 예술제품을 공급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시장 조사나 통계 및 데이터를 이용한 체계적인 방식으로 마케팅 접근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체계적인 접근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더라도 비용이 많이 들고 전문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가 '1차 자료'를 얻기 위해 단독으로 시장 조사를 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대개는 우리가 '2차 자료'라고 하는 내부의 데이터나 외부의 조사결과를 이용하여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다. 영국의 예를 들면, 예술마케팅에 있어서 2차 자료로 활용하는 것 중의 하나가 TGI(Target Group Index)라고 하는 소비자 행동 및 태도 조사이다. 이 조사는 다양한 상품이나 서비스 소비형태에 부가하여 연극, 오페라, 발레, 현대무용, 클래식 음악회, 재즈 콘서트, 대중음악, 록 콘서트, 그리고 미술관 또는 전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용 실태에 관한 질문이 포함되어 있으며 조사 결과를 이용하면 최근 1년 이내의 조사 대상 예술장르 관객들의 추이와 소비형태를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뮤지컬 공연에는 주로 어떤 연령층이 많이 오며 어떤 지역에 많이 거주한다든가, 오페라 공연에는 어떤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관객이 많은지, 양문 냉장고를 사용하는 사람은 어떤 예술 장르를 좋아한다든지, 또는 록 콘서트에 가는 사람들은 어떤 TV 방송이나 신문을 잘 본다든지 하는 등이다. 거기에다 성별, 연령별, 사회계층별 특징 등 다양한 인구통계학적인 데이터도 얻을 수 있다. TGI 외에도 예술 관련 통계와 조사 자료가 다양하고 풍부한 편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통계나 조사 자료를 구하기가 힘들다. 대구에 공급된 공연장 객석이 몇 석인지, 어떤 공연이 1년에 몇 번 열렸는지, 이 중 유료객석 점유율이 얼마였는지, 그리고 평균 연령대별로 선호하는 공연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입장권 예매는 언제쯤 하는지를 알 수 있는 조사 자료가 없다. 그래서 지역의 예술마케터들은 오늘도 맨땅에 헤딩하고 있다.

금동엽(동구문화체육회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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