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바다이야기…무딘 단속의 칼날 효과있을까?

입력 2008-07-30 10:11:26

▲ 한국환경자원공사 대구지부 창고에는 지난해 초부터 단속돼 압류된 \
▲ 한국환경자원공사 대구지부 창고에는 지난해 초부터 단속돼 압류된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기 3만9천여대가 쌓여 폐기 처분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2년 전인 2006년 8월 '바다이야기'는 당국의 단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대로변 상가나 빌딩 사무실 곳곳에 걸렸던 바다이야기 간판이나 현수막도 하루아침에 없어졌다. 그러나 겉보기와는 달리 '바다이야기'는 여전히 지하에서 성행 중이다.

◆음지에서 활개 치는 바다이야기=단속의 눈을 피해 건물 지하실, 빈 점포, 임대 표지판이 붙은 상가, 인적이 드문 빈 공장 등에 비밀 영업장을 차려놓고 '단골' 고객만을 상대로 성업 중이다.

업주 A씨는 "탕(단속)을 맞지 않으려면 보름에서 한달 정도만 문을 연 뒤 장소를 옮겨야 한다. 고객 명단만 있으면 어딜 가도 장사는 된다"고 전했다. 그는 "며칠만 기계를 돌려도 수익이 나니까 돈맛을 봤던 예전 업주들이 또다시 손을 대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700만원을 호가하던 바다이야기 게임기 가격이 최근 대당 수십만원선까지 떨어지면서 바다이야기 영업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 때문에 개업에 몇억원씩 들였던 예전과 달리 장소만 있으면 적은 투자비를 들여 큰 돈을 만질 수 있다고 했다.

경찰이 밝히는 업주들의 영업수법은 '신출귀몰' 그 자체다. 업주는 단골손님들에게 '어디로 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승합차를 대기시킨 뒤 손님을 태우고 눈가리개를 씌운다. 일부러 빙빙 돌거나, 차를 바꿔 가며 목적지를 알 수 없도록 한다. 비밀 영업장도 밖에서 자물쇠를 채운다. 영업장 안에는 취침실, 편의점 등 모든 서비스가 제공되며 환전도 곧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마치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듯하다.

'기왕에 불법인데 돈이라도 많이 벌자'는 생각에 업주들은 상금 액수를 높이는 등 불·탈법을 대담하게 저지르고 있다. 최근까지 비밀 게임장을 운영했다는 김모(43)씨는 "예전에는 상금 250만원이 최고액이었지만, 지금은 500만~2천만원까지 올린 곳이 많다"며 "고객들이 오는 이유도 당첨 금액을 높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바다이야기는 온라인에서도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비밀 영업장 말고도 도박 사이트의 유동IP(Internet Protocol)를 통해 자기 집이나 PC방 등 인터넷이 되는 곳이면 어디서나 도박을 할 수 있다. 업주들은 대포폰, 대포통장으로 단속을 피해가고 있다. 한 업주는 "우리 주위에는 도박중독증에 걸린 사람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고객 명단만 있으면 장소가 어디든,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경찰, 제2의 전쟁을 선언했지만?=독버섯처럼 번지는 사행성 성인오락실 근절을 위해 경찰도 칼을 빼 들었다. 대구경찰청은 "이달 중순 검찰과 함께 사행성 도박장 근절을 위한 단속전담반을 꾸리고 업주들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이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사행성 오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경찰의 의지가 '과연 사행성 성인오락실을 근절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 여전히 답을 하기 힘들다. 업주들이 교묘하게 합법을 가장한 불법 영업을 하고 있어 단속하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경품오락실에서 사용하는 게임 프로그램은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한 합법 프로그램. 유통과정에서 불법 '예시·연타 기능'을 섞어 사행성 게임기로 둔갑된다. 특히 이렇게 개·변조된 게임기는 영업장 내 사무실에서 간단한 스위치 조작만으로 정상 프로그램으로의 복귀가 가능해 단속망을 쉽게 피해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게임장에 불시 단속을 나가도 간단한 키보드만 조작하면 컴퓨터가 다운되고 다시 재부팅하면 연타·예시 기능이 사라진 최초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정상 심의를 통과한 합법 프로그램이 뜬다"고 말했다. 때문에 경찰에서는 근본적인 법 개정 없이는 아무리 단속 의지가 강해도 교묘하게 단속을 피해 날고, 뛰는 업자들을 발본색원하기란 쉽지 않다. 대구경찰청이 지난 23, 24일 성인오락실 70여개소를 단속한 결과 전체의 10%에 불과한 경품게임장, 환전소 8곳만 적발했다. 대부분 업소가 불탈법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불법현장을 잡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단속 경찰관은 "아예 사행성 게임기 가능성이 있는 오락기기는 등급을 내 주지 않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된다면 모를까, 어제 문 닫은 영업장에 또다시 오늘 새로 개업하는 게임장이 들어서는 마당에 단속만으로 근절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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