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링컨센터 페스티벌을 가다]③헐리우드 스타들의 베케트 연극 무대

입력 2008-07-29 06:44:22

대배우 카리스마에 압도…랄프 피네스 일인극 '첫사랑' 언어의 힘 절감

'고도를 기다리며'로 유명한 아일랜드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의 세 작품이 세 명의 명배우에 의해 링컨센터 페스티벌의 연극작품으로 공연됐다. 중요 현대 극작가나 베케트 작품을 일년내내 공연하는 극장인 아일랜드 더블린의 게이트 극장이 1996년 이후 올해 페스티벌에 다시 돌아온 것이다.

'에 조'와 '나는 계속 할 것이다', '첫사랑'. 이 세 작품은 원래 연극을 위해 쓰여진 것이 아니라 단편 소설을 극화한 것으로 마이클 콜겐이 연출했다. 랄프 피네스, 리암 니슨이 출연한다.

랄프 피네스는 영화 '쉰들러 리스트'로 한국 관객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리암 니슨 역시 쉰들러 리스트 외 헐리우드 영화의 다수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에 조'는 원래 텔레비전을 위하여 쓰여진 작품으로 리암 니슨에 의하여 공연됐다. 베케트는 이 작품에서 머리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조심스럽게 듣고 괴로워하는 인물을 그려내고 있다.

베케트 극의 세계적인 배우, 베리 맥거번은 '나는 계속 할 것이다'에서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베케트의 3부작 소설 '몰리', '멜론이 죽는다', '이름 지을 수 없는'을 극화했다. 이 3부작은 언어의 문제와 비전통적, 서술적인 문체가 베케트의 작품의 중심이 되게 한 의미있는 작품이다.

랄프 피네스는 일인극 '첫사랑'에서 노숙자를 그려내고 있다. 베케트 특유의 필체로 벤치에서 한 여인과의 만남과 이루어졌을지도 모르는 사랑에 관하여 회상하는 독백으로 이루어졌다. 회색 톤의 무대에 조명이 서서히 들어오고 랄프 피네스가 무채색의 레인코트, 모자를 쓰고 관객에게 등을 지고 서 있다. 뒷모습에서조차도 대배우의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것일까. 관객석에서 브라보 함성이 터져나오고 곧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관객을 향하여 천천히 고개를 돌리고 독백은 시작됐다. "그 여름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았다. 가을 역시…. 사랑이란 무엇인가? 정열인가? 정신적인 것인가?…" 삶과 사랑에 관하여 가장 낮은 곳으로부터 진지하게 생각게하는 55분. 언어가 얼마나 소중한 소통의 도구인가 절감케 했다.

피네스는 영화 뿐만 아니라 많은 연극 작품에도 출연하였는데 매 작품마다 진한 배우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만약 랄프 피네스가 언젠가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을 수상한다면 스타로서가 아니라 진정한 배우였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김현옥(계명대 무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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