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로, 단순 소비공간 탈피…도시 경쟁력 원천 삼아야

입력 2008-07-28 09:26:17

[대구 재창조, 동성로에서 길을 묻다] ①긍지와 혼란이 뒤섞인 동성로

▲ 대구 도심의 재생과 재창조를 통해 침체된 대구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국제도시로서 위상을 갖춰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관심을 끌고 있다. 대구 도심을 대표하는 동성로를 젊은이들이 활보하고 있다. 윤정현 인턴기자
▲ 대구 도심의 재생과 재창조를 통해 침체된 대구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국제도시로서 위상을 갖춰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관심을 끌고 있다. 대구 도심을 대표하는 동성로를 젊은이들이 활보하고 있다. 윤정현 인턴기자

'젊음'의 거리인데도 침체와 노후·쇠락을 느끼는 곳. 소중한 역사문화 유산을 보유한 전통과 대구정신의 중심인데 정작 시민들은 외면하는 곳. 세계로 도약하는 대구를 가장 상징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공간이지만 별다른 상징물은 없는 곳….

동성로를 중심으로 한 대구 도심은 시민들에게 그야말로 '모순'과 '이율배반'의 공간이다. '자부심'과 '자괴감'이 뒤섞여 혼란스러워진 대구의 정체성이 도심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긍지'의 공간, 그러나 안타깝다

시민들에게 대구 도심은 기본적으로 '긍지'와 '자부심'의 공간이다. 도심의 역사문화 자산을 잘 정비하고 복원하거나, 이와 동시에 소프트웨어적인 기능을 보강할 경우 관광객과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인 장소가 될 것이라는 시민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68.4%)

그러나 이 같은 긍지와 자부심이 생활 속으로 스며들지 못한 것은 안타까워했다. 대구시민 3명 중 2명 이상이 반년 동안 한번도 도심 역사유적을 방문한 적이 없었고, 약전골목을 비롯한 옛거리를 거닐어본 경험을 가진 시민도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시민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장소인 동성로가 지척이면서도, 역사와 추억이 담긴 역사문화 유적들은 철저히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은 도심 역사문화 유적에 대해 대부분 '관리가 되지 않고 특별한 의미도 없다'거나 '보존에만 치우쳐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해법으로는 도심 근대 건축물의 '외형은 보존하면서 내부는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도심 상징물(공간)의 부재는 '비전' 없는 대구의 모습과 함께 뚜렷이 클로즈업되고 있다. 10대 대다수는 대구의 중심인 도심공간을 상징할 수 있는 것이 '없다'거나 '생각이 안 난다'고 말했다. 도심을 상징하는 곳이 '있다'고 본 시민들도 그 상징물로 겨우 '공원'을 꼽았다. 대부분 세계적으로는 물론이고 국내 다른 도시들과 비교해서도 '상징물의 경쟁력이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소비공간 No, 활성화전략 Yes

국내외 도시들이 저마다 랜드마크 세우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대구의 '침묵'이 좀처럼 깨어지지 않는 이유로 시민들은 지도자와 언론의 무관심을 지적했다. 리더십 부재와 무관심이 도시 비전의 부재와 도심공간 쇠락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도심공간이 더 이상 쇼핑과 같은 소비공간으로만 머물기를 원하지 않았다. 상가 뒷골목이나 도심을 활성화시키는 전략으로 '문화예술을 통한 변화(41.2%)'를 가장 선호했고, 컴퓨터·모바일 게임과 캐릭터·애니메이션·광고·기획·디자인 등 창의적인 산업도 도심으로 적극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75.2%)

'보존'과 '개발'의 찬반 논란을 떠나 대구 도심이야말로 도시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인식이 시민들 사이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400여년 동안 경상감영을 기반으로 영남지역의 중심이었고, 지금도 강력한 중심성을 지닌 도심을 토대로 대구는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셈이다.

시민들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어우러져 있고, 젊음의 역동성을 지닌 대구의 가장 소중한 자산 중 하나가 도심'이라는 주장에 대해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동의'(85.8%)했다. 그리고 현재 대구시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프로젝트 중에서 '동성로 등 도심 활성화'가 가장 중요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동대구역세권 개발' '대구테크노폴리스 조성' '신서혁신도시 조성' '이시아폴리스 개발' 등은 그 뒤를 이었을 뿐이다.

기획탐사팀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후원: 지역신문발전위원회

▨ 매일신문과 리서치코리아(대표 조미옥)는 6월 30일부터 7월 14일까지 보름 동안 대구 도심을 방문한 만 16세 이상 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직접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는 20대가 51.6%로 가장 많았고 10대 26.0%, 30대 8.4%, 40대 7.6%, 50대 4.2%, 60대 이상 2.2%였다. 여성(55.6%)이 남성(44.4%)보다 많았다. 직업별로는 학생 62.6%, 사무직 7.0%, 자영업 5.8%, 전문직 5.6%, 주부 5.0%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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