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독서'동영상 감상 등 '제각각'
직장인 서장호(38)씨는 최근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우습게도 고유가 덕분이다. 지하철, 버스를 타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출퇴근 시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 비교적 사람이 많은 아침 출근시간대에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MP3로 영어뉴스를 듣고 퇴근길엔 앉아서 영어책을 읽는다. 자가용으로 출근할 때는 꿈도 꾸지 못하던 일.
"고유가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하루가 길어진 느낌이에요. 출퇴근길 교통정체로 인한 스트레스도 사라지고 손놓고 있던 공부를 시작하니 왠지 제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영어가 손에 잡히지 않는 날엔 출퇴근시간은 하루 일과를 계획'정리하는 시간으로 바뀐다. 서씨는 다이어리를 꺼내 오늘 할 일을 정리한다. 퇴근길에 아침 메모를 보면 깜빡 잊고 하지 못했던 일도 챙길 수 있다. 서씨는 덕분에 짜임새있는 하루가 가능해졌다고 만족해한다.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으로 대중교통 이용자들이 크게 늘면서 BMW족들의 표정도 달라지고 있다. BMW족이란 버스나 지하철을 타거나 걸어서 이동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신조어로,'BMW'는 버스(Bus)'지하철(Metro)'걷기(Walking)의 영어 머리글자에서 비롯됐다.
서씨와 같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자투리시간을 활용하려는 BMW족의 증가로 관련상품들의 판매량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면서 즐길 수 있는 문고본과 PMP, PSP, MP3 등 휴대용 제품의 매출이 급상승 중이다. 운전 중에 할 수 없었던 독서나 동영상 감상이 가능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세계이마트에 따르면 영화, e-book 등을 볼 수 있는 PMP는 지난 6월 매출이 전년 대비 74%나 늘었으며, 게임과 동영상을 함께 즐길 수 있는 PSP와 MP3도 각각 54%, 37% 가량 매출이 증가했다. 신세계이마트 방종관 프로모션팀장은 "고유가시대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따라 핸디북'PMP 등 관련상품을 찾는 고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이런 제품은 효자상품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7개월 전부터 지하철로 출퇴근하고 있는 정상진(32)씨에 따르면 최근 책을 읽는 등 자투리시간을 활용하는 승객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지하철 풍속도가 '시간 때우기'에서 '시간 활용'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 정씨는 "승객의 30~40% 가량은 출퇴근시간에 책'신문을 읽거나 MP3를 듣고, PMP를 통해 영화를 감상하는 등 자투리 시간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아직 40~50대 남성들은 멍하게 시간을'죽이는'경우도 많지만 젊은층과 여성들은 손에서 책이든 PMP든 놓지 않는다"면서"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덩달아 자투리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 없다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하철 구간과 역사가 비교적 짧아 지하철의 천국 일본이나 서울만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일본 배낭여행을 다녀왔다는 대학생 최서린(22)씨는 "지하철을 타자마자 저마다 책을 펴드는 일본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서울과 비교해도 대구 사람들은 지하철에서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보단 그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지만 대구도 점차 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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