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책임 운영 기관

입력 2008-07-24 06:46:27

문화예술계에 경영마인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활발하게 제기되기 시작했던 때는 IMF의 자금지원이 시작되었던 1997년 이후로 이는 공공부문에서 사명보다는 성과를 중요시하는 환경의 변화가 그 배경이었다. 그 결과로 2000년 1월에 문화부 산하기관이었던 국립중앙극장이 경쟁원리에 따라 운영되도록 하는 기업형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되었다. 책임운영기관 제도는 1988년 영국 정부가 채택한 제도로 이는 정부조직을 보다 생산적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영국이 IMF의 금융지원을 요청했던 1979년, 보수당 정부의 대처 총리는 공공부문 개혁과 더불어 영국예술계에도 변화를 요구했다. 공적자금이 지원되는 만큼 예술이 돈값(value for money)을 하라는 것과 재원 조성에 있어서의 다원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업운영방식 도입, 예술 소비자 중심의 경영, 그리고 생산적 조직 문화의 도입이 그 주된 내용이었다.

정부 개혁에서 영국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도 1999년 책임운영기관과 관련된 법률을 제정했다. 그 목적은 책임운영기관에 자율성을 부여해 운영의 효율성과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획일적인 관리 및 통제를 줄여 수동적 업무태도를 자발적이고 창조적으로 만드는 데 있었다. 기관장이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공공성과 예술성 확보를 전제로 한 재정자립도 제고는 그리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기업형 책임경영기관으로 지정된 지 8년차에 접어든 국립중앙극장에 대해 이전과는 사뭇 다른 결정이 지난 5월에 내려진 것이다. 그동안 국립중앙극장이 안정적 수입 확보를 위해 상업뮤지컬에 장기 대관을 하는 등 수익성에 치중한다는 지적이 있자 행정안전부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요청에 의해 국립중앙극장의 법적 지위를 기업형 책임운영기관에서 행정형 책임운영기관으로 변경할 것을 결정한 것이다. 기업형 기관은 자체수입이 있는 책임운영기관으로서 기업예산회계법이 적용되고 특별회계로 운영되지만 행정형 기관은 자체수입이 없는 책임운영기관으로 일반회계로 운영된다. 이렇게 되면 국립중앙극장은 재정자립도를 높여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어 이전보다 쉽게 기관의 공공성과 프로그램의 예술성을 확보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입은 적으면서 지출은 많이 한다는 일부의 질타에 고심하는 공립문화예술회관 운영자로서 이런 소식이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것이 예술지상주의(art for art's sake)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진 않다. 공공성을 확보하고 예술의 창조적 잠재성과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예술기관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이 어디 없는가?

금동엽(동구문화체육회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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